금감원, 은행ㆍ증권ㆍ보험사 합동점검
무자격자가 상품 팔고 고객 투자성향 무시
법규 위반 금융사 과태료 부과ㆍ임직원 제재

‘연 0.1%와 2.83%’
한 증권사가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팔면서 고객에게 매긴 신탁수수료 차이다. 같은 상품인데도 고객에 따라 수수료가 무려 30배 가까이 난다. 이 증권사는 내규에 수수료 기준을 따로 정해두지 않은 채 고객에 따라 임의로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더 받는 식의 차별 영업을 했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증권사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기로 했다.
5일 금감원이 금융사 8곳을 상대로 한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한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삼성증권 교보증권 IBK투자증권 등 모두 7곳이 특정금전신탁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 위반 사항이 없는 곳은 미래에셋생명이 유일했다.
특정금전신탁이란 고객이 맡긴 돈을 주식, 채권,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통상 금융사가 투자대상이 확정된 몇 가지 유형의 상품을 제시하면 고객이 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주가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주가연계형 특정금전신탁(ELT)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정금전신탁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판매자격을 갖춘 금융사 직원만 고객에게 이 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 점검에서 금융사 3곳은 판매자격이 없는 직원이 특정금전신탁을 판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사 2곳은 고객의 투자성향을 따지지 않고 고위험 등급의 주가연계형 ELT를 팔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투자 부적정’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서명이나 녹취를 통해 ‘투자위험이 크다는 직원의 설명에도 본인이 투자위험을 감수한다’는 식의 확인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고 상품 판매에만 매달린 셈이다. 금융사 2곳은 고객의 운용지시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신탁재산을 운용하기도 했다. 고객이 맡긴 돈을 고객의 지시대로 운용하는 신탁 상품의 취지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위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현재 금융사들이 굴리는 특정금전신탁 규모는 406조원에 달한다. 은행이 214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증권사(176조1,000억원)와 보험사(15조9,000억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번 점검에서 유일하게 지적 사항이 없는 미래에셋생명의 경우는 영업 규모가 다른 업체에 견줘볼 때 작은 편이다.
금감원은 7개 금융사에 대해 내달 초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기관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임직원엔 신분 제재를 내릴 계획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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