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민주당을 이끌며 정치적 동지 관계에 있기도 했던 이해찬ㆍ손학규ㆍ정동영 등 ‘올드 보이'들이 내년도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혁 연계처리 문제를 두고 상대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손학규ㆍ정동영 두 대표의 공조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고, 두 대표는 이 대표가 개혁에 저항한다고 몰아 붙이며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거물 정치인 세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이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5일 바른미래당ㆍ평화당이 선거제도 개혁 관철을 위한 국회 농성에 들어가자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삶과 직결되는 예산안을 선거법과 연계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단히 유감스럽고, 국회에 큰 오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선거법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루는 별개의 사안인데, 이를 연계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며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절대로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ㆍ정동영 대표는 연계 처리는 정치권의 관행이라며 반박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정치에서 예산안을 당면한 정치 현안과 연계시킨 것은 오랜 관행”이라며 2011년 론스타 국정조사 합의, 2013년 국가정보원 개혁 법안 등 쟁점 법안과 예산안을 연계 처리한 민주당의 과거 사례들을 언급했다. 이어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대표를 비난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도 이 대표에 대한 공세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국회 본청 계단 앞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마다 예산안을 연계하는 것은 야당의 견제수단”이라며 “30년 동안 예산과 정치가 연계된 적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한국당과 손 잡고 선거제도 개혁을 파기하려고 한다며, 민주당과 한국당이 ‘적폐 연대’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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