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춘천 중도에 추진 중인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코리아를 둘러싼 깜깜이 심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과연 도의회가 강원도와 멀린사가 맺은 협약 원본을 토대로 경제성 검증과 불평등 계약 소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봤는지 의구심이 나오는 까닭이다.
춘천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는 5일 최근 강원도가 제출한 레고랜드 사업변경 동의안을 통과시킨 해당 상임위 소속 일부 도의원들을 ‘거수기’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는 원본도 확인하지 않은 채 혈세 800억원을 우선 투입하는 사업 변경안을 통과시켰다”며 “오랜 기간 표류해 온 사업의 문제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봤는지 의심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도의회 경건위는 레고랜드 사업이 단 한가지도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음에도 동의안을 통과시켜 거수기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본회의에서 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을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일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는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 변경 동의안을 심의했다.
이 안건은 파트너인 영국 멀린사가 1,800억원, 강원도가 8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골자였다. 앞으로 2021년 완공까지 멀린사가 사업을 주도한다.
동의안은 또 도유지인 중도를 멀린 측에 최대 100년까지 무상 임대하는 조항도 담았다.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으나 표결 끝에 가결됐다.
야당도 레고랜드 코리아 사업을 향해 일제히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도당은 강원도의 800억원 투자 절차를 문제삼고 있다. 혈세로 300억원 이상 채무 부담이나 신규 투자에 앞서 행정안전부의 사전 심의를 받는 절차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 결정이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고 이뤄졌기 때문에 예산편성은 어렵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한국당은 또 “강원도가 멀린사와 맺은 실천협약(MDA) 내용을 살펴보면 권리는 찾아볼 수 없고, 책임과 의무만 있는 독소 조항들로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최문순 지사가 그 동안 착공식만 세 번하고 1,3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한 것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동의안을 보류하고 그 동안 제기된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협약 내용은 원본과 같은 내용으로 도의원에게 제공했다”며 깜깜이 심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원도는 이어 “당초 강원도가 출자한 엘엘개발이 2,300억원을 투입해 레고랜드를 건설한 뒤 멀린사에 임대하는 구조에서 엘엘개발이 800억원만 부담하는 것으로 변경돼 결과적으로 1,500억원을 절감한 것”이라며 “2013년 10월 협약에 따라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2,050억원 가운데 엘엘개발이 8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새로운 채무부담을 지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의 강원도 권리 의무 변경 동의안’은 14일 강원도의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도의회 의석은 전체 46석 가운데 최 지사와 같은 더불어민주당이 35석, 자유한국당이 11석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