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4일(현지시간) 레바논과 인접한 북쪽 국경지역에서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뚫은 공격용 터널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조너선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헤즈볼라가 만든) 많은 터널이 이스라엘 영토까지 침투했다”며 군인들이 이스라엘 북부에서 터널들을 파괴하는 작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콘리쿠스 대변인은 “이 터널들은 아직 가동되지 않지만 머지않아 이스라엘 민간인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며 “헤즈볼라의 행위는 이스라엘 주권에 대한 노골적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중 길이 200m에 이르는 한 터널은 이스라엘 영토 내 40m까지 침투했다고 덧붙였다. 이 터널들은 이스라엘과 대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뚫은 물자 및 무기 반입용 비밀터널보다도 더 길다고 이스라엘군은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그러나 파괴작전 대상인 터널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2013년부터 헤즈볼라의 터널을 찾아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터널 파괴 작업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회동 직후 이뤄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중동에서 이란에 대응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이 발을 빼면서 북쪽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치러진 레바논 총선에서 친(親) 이란 성향의 헤즈볼라와 연계세력이 이끄는 정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면서 레바논 접경지역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된 상황이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 창설됐고, 2006년에 한 달 정도 이스라엘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헤즈볼라는 역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시아파 맹주 이란으로부터 연간 수십억달러 및 미사일 등 무기를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이 터널 파괴 작전을 개시하면서 헤즈볼라와의 긴장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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