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휴전을 둘러싸고 두 나라 정부가 서로 승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이 ‘미국이 얻은 게 없다’고 깎아내렸지만, 치적을 과장하는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협상의 수혜자라며 연일 협상 결과를 과시하고 있다. 그는 3일 오전 트위터에서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대약진했다.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면서 “중국이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한 협상에 따라 미국 농부들은 빠르고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도 같은 주장을 펴고 나섰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경제무역 문제에 대해 새로운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하는 공동 인식을 갖게 됐다”며 “존재하는 모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건설적인 방향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이 서로 승리를 주장하지만, 객관적으로 판정한다면 미국이 중국보다 실리를 챙겼다는 게 전문가 집단의 평가다. 미국은 추가 관세 부과를 3개월 간 유예한다는 약속을 한 반면, 중국은 구체적 양보 카드를 줄줄이 내놓는 등 비대칭적 결과라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이번 담판은 미국이 일방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국 농산물과 에너지를 대거 사들이기로 약속했지만 미국이 약속한 건 90일간의 추가관세유예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문제 전문가 스콧 케네디 연구원도 같은 판정을 내렸다. 그는 이날 펴낸 분석 자료에서 “진실은, 이번 결과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시진핑(習近平) 정부에 비해 확실한 결과를 얻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중국이 지금까지 반대해오던 퀄컴의 NPX 반도체 합병을 승인키로 한 것은 시진핑 정부에 치명상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시 주석이 이 사안을 언급한 것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이는 중국의 반(反) 독점정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시장의 경쟁원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으나, 국제사회에게 중국 정부가 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 게 독이 될 것이라는 논지다. 케네디 연구원은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할 때 정도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며 “지금 벌어둔 시간은 중국이 개혁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일 뿐 아니라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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