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 터키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4일 보도했다. 건설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2배 늘어난 데다 터키 측과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건설 포기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일본과 터키 정부는 2013년 일본 기업의 터키 원전 건설 계획에 합의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과 프랑스 기업 컨소시엄이 흑해 연안의 시노프에 원자력발전소 4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2017년 착공해 2023년 1호기 가동을 목표로 해 왔지만 건설이 지연돼 왔다.
미쓰비시 측은 지난 7월 총 사업비가 5조엔(약 49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터키 정부에 제출했다. 당초 예상의 2배에 이른 액수로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사고 이후 안전대책 비용이 크게 증가했고 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대폭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미쓰비시 측은 이에 사업비 재검토에 나섰지만 건설 이후 전기요금과 자금계획 등과 관련해 터키 정부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 측은 “경제 합리성의 범위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혀 온 만큼 건설 포기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터키 원전 건설 포기로 인해 향후 일본 정부의 인프라 수출전략의 핵심이었던 원전 수출 사업의 행방이 기로에 서게 됐다. 정부는 그 동안 자국 기업과 함께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는 전략을 성장동력으로 강조해 왔다. 2013년 미쓰비시 컨소시엄이 터키 원전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당시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세일즈 외교’의 성과로 과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국내에서 원전 신설 계획이 제로(0)인 가운데 터키 원전 건설 계획마저 무산돼 오랫동안 축적해 온 원전 건설 기술 유지에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고 지적했다.
터키 원전 건설이 무산되면서 일본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해외 원전 건설은 히타치(日立)제작소의 영국 원전만 남게 됐다. 히타치도 영국 정부와 원전 건설과 관련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이번 사례와 같이 안전대책 비용 증가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베트남과 리투아니아 원전 건설 계획도 안전대책비 상승과 현지 정권 교체 등으로 철회 또는 중단된 상황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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