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금리인상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은행주가 금리 인상기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번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단발성에 그치며 시중금리 상승을 이끌지 못할 거란 관측과 함께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로 향후 은행 수익성이 악화될 거란 비관론이 제기되는 탓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주 주가는 10월 이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4대 은행주(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은행)의 경우 11월 하순 이래 줄줄이 저점을 찍으면서 10월 고점 대비 최소 7.9%, 최대 21.0%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종가(2,114.35)가 10월1일(2,338.88) 대비 9.6% 하락한 것에 비해서도 은행주 낙폭이 크다. KB금융은 지난달 21일 주당 4만6,550원까지 떨어지며 10월5일 고점(5만6,200원) 대비 17.2% 떨어졌다. 신한지주는 한은 기준금리 인상일이던 지난달 30일 저점(4만1,200원)을 찍으며 10월10일 고점(4만5,150원) 대비 10.7% 떨어졌고, 하나금융은 4일 저점(3만6,650원)을 찍으며 고점(10월5일 4만6,400원) 대비 21.0% 추락했다.
은행주 급락은 아이러니하게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시기에 이뤄졌다. 한은은 10월18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1월 말엔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냈다. 통상 은행주는 기준금리 인상의 수혜주로 꼽힌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가 먼저 오르고 조달금리는 나중에 오르기 때문에 은행의 핵심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상승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은행주는 속절없이 추락했고, 심지어 기준금리 인상 당일에도 KB금융(-2.68%) 신한지주(-2.25%) 하나금융(-2.84%) 등 하락세는 멎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말 한은이 금리인상을 했을 때 은행주가 1~2%가량 일제히 상승한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은행주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국내외 경기둔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 완화 등의 전망을 고려할 때 한은이 당분간 금리를 추가 인상하기 어려울 거란 시장의 예상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리인상 사이클이 지난달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은이 빠르면 내년 4월, 늦어도 내년 7월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년 만에 단행된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채권금리나 대출금리가 일찌감치 올랐듯이 시중금리는 통상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선반영해 오르는 터라 향후 기준금리가 오를 거란 기대가 약한 상황에선 시중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기 어렵다.
가계 및 자영업자 대출 규제의 칼날이 은행권을 향하고 있다는 점도 은행주 반등을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으로 시중금리 상승폭이 제한되는 점, 가계부채 규제로 향후 대출성장률 하락 압력이 강화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은행권의 순이자마진이 올해만큼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2020년부터 은행권에 적용되는 새 예대율 규제가 은행 수익성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은행은 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예대율)을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내후년부터 가계대출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입장에선 가계대출을 줄이기 힘든 만큼 예금을 늘려 규제 조건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고금리 예금상품 판매 등 조달비용 증가 요인이 발생하면서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은행주의 고배당 성향은 주가를 방어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전체 배당수익률이 1.8% 정도인 반면 은행주 배당수익률은 매년 높아져 4% 중반에 육박하고 있다”며 “결산배당 시즌인 12월에 들어서며 은행주를 비롯한 고배당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은행주들이 1%가량 일제히 반등한 이유도 연말 배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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