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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론티의 나라' 스리랑카 정치 혼란 속 설탕세 기습 삭감으로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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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론티의 나라' 스리랑카 정치 혼란 속 설탕세 기습 삭감으로 논란 확산

입력
2018.12.04 18:19
수정
2018.12.04 20:3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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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월 새 총리로 지명된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이끄는 스리랑카 정부가 정국 혼란을 틈타 설탕세를 대폭 삭감하기로 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현지매체 콜롬보페이지와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재무부는 지난 1일 당분이 함유된 음료에 부과하던 세금을 설탕 1g당 50스리랑카센트에서 1g당 30스리랑카센트로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설탕세를 깎아 음료 산업의 생산 효율을 증대시키겠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설탕세 인하 정책은 과도한 당 섭취의 부작용을 과소평가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당뇨병 전문가인 마헨 위제수리야는 “이번 결정은 자문기구의 자문도 구하지 않고 내려진 독단적이고도 잘못된 결정”이라며 “당이 든 음료 소비를 만연하게 해 국민들이 비만과 당뇨에 걸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스리랑카에서 당뇨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의 9%에 해당한다. 스리랑카는 남아시아에서 네팔 다음으로 과체중 및 비만 비중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설탕 중독은 담배, 코카인 중독만큼이나 위험한데 설탕세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미친 짓’ 등의 비판이 올라오고 있다.

새로운 스리랑카 정부의 정책은 이전 정부가 비만과 당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지난해 11월 설탕세를 도입했던 것과는 180도 다르다. 건강 문제로 설탕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전세계적 흐름과도 배치된다. 특히 스리랑카 정부의 조치는 라자팍사 총리가 음료 생산 기업들의 대표와 면담한 직후 이뤄진 것이라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스리랑카는 지난 10월 말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라닐 위크라마싱하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앉히면서 극심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다. 위크라마싱하가 해임에 불복, 위크라마싱하가 이끄는 통합국민전선(UNFGG)이 다수인 의회는 지난달 라자팍사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했고, 라자팍사 총리는 퇴임 요구를 거부한 채 집무를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리랑카 법원이 3일 의원 122명이 제기한 청원과 관련, 라자팍사 총리의 권한 행사를 보류하는 임시 명령을 내리면서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NYT는 이와 관련 “라마팍사 총리는 의회에서 지지가 부족하지만, 그가 의회 밖에서 법적으로 세금 규정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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