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방위 위반” 논란 거세져
일본 정부가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물리적 공격이 없더라도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일본의 사회간접자본시설이 적(敵)의 공격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반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사이버 공간에서 적을 공격하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인 만큼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이 유지해 온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4일 일본 정부가 사이버 공격에 따른 전력과 교통기관 등 자국의 중요 인프라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경우 자위대 차원의 사이버 공격을 통해 반격할 수 있다는 지침을 이달 중순 국무회의(각의)에서 결정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이달 중 개정하는 장기 방어전략인 ‘방위계획대강’에도 명기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사이버 반격 요건과 관련해 △상대국의 공격 의사가 명확한 경우 △사이버 공격으로 대규모 정전이나 댐 붕괴가 발생해 국민의 생명과 자유ㆍ행복추구 권리가 근본적으로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규정할 계획이다. 이 두 조건을 충족하면 자위권을 발동해 “자위대가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반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국가 의사에 근거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무력 행사”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이버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하면서 자국의 주요 인프라가 사이버 공격을 받더라도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에 의한 공격이 동반될 경우에 한해 반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러나 이번 방침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물리적 공격이 동반되지 않아도 상대국이 분명할 경우 자위대가 사이버 반격을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아울러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국가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반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향후 검토 과제로 논의하기로 했다.
공격 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이버 공격의 특성을 감안할 경우 사이버상에서 선제공격과 반격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적극적인 선제공격 능력을 갖추는 것이며 전수방위 원칙에 충돌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사이버 방위 능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 화이트해커 채용하고 자위대의 사이버 방위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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