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인아파트 스크린에 남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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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인아파트 스크린에 남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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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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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말 철거예정 동인아파트서 4~11일 영화 ‘비스트’ 촬영…주민들 “마지막 모습 담자”

4일 오전 대구 중구 동인동 동인시영아파트 앞. 한 아파트 주민이 아파트를 배경으로 찍는 영화 '비스트' 촬영장을 구경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영화 비스트 촬영지로 선정된 대구 중구 동인동 동인시영아파트 전경.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4일 오전11시 대구 중구 동인동 동인시영아파트. 궂은비가 내린 이날 거리는 한산했으나 아파트 단지 내엔 100여 명의 주민들이 북적였다. 이 아파트는 내년 말 철거가 확정됐는데도 건물 외벽엔 ‘재개발 사업철회’라고 적힌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아파트 곳곳에는 철거된 가구와 붉은 깃발, 출입 금지 테이프도 눈에 띄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더 이상한 것은 이 현장을 바라보는 아파트 주민들의 표정이었다. 불안감은 찾아볼 수 없고 호기심만 가득 했다.

김양숙(64) 동인아파트 동대표는 “우리 아파트가 영화 ‘비스트’의 촬영장소 중 한 곳으로 선정돼 촬영에 들어갔다”며 “처음에는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아파트의 마지막 모습을 담는데 동의해 촬영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인시영아파트가 내년 말 철거를 앞두고 영화 스크린으로 영원히 기억된다. 1969년 지어진 이 아파트에는 주민들이 272가구 넘게 살았으나 재건축 확정 후 60여 가구가 떠나가는 등 이주 가구가 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5개동에 43㎡ 규모 2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11일까지 이곳에서 촬영되는 비스트는 이정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이성민(형사 정한수 역)과 유재명(형사 한민태 역)이 주연을 맡고 최다니엘(형사 종찬 역)과 전혜진(정보원 춘배 역) 등도 출연한다. 내년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인천을 주 무대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팽팽하게 대립하는 두 형사의 격돌을 그린 범죄 느와르다.

오성일 프로듀서는 “전국을 무대로 적합한 장소를 찾던 중 오래된 건물 덕에 분위기 있는 외벽과 독특한 계단 구조 등 촬영에 적합한 요소를 갖춘 동인아파트를 촬영지로 선정하게 됐다”며 “동인아파트를 배경으로 두 주인공이 펼치는 멋진 추격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동인아파트는 지난 2월 초 대구 최초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추진한 ‘대지면적 1만㎡ 미만의 가로구역에서 시행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선정돼 내년 말 철거될 예정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도심의 낡고 오래된 주거지를 신속하게 정비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조합 설립인가를 받아 같은 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사업 공동시행약정을 완료했다.

동인시영아파트 재건축이 박차를 가할수록 일부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동인아파트 전체 272가구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25%,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내는 세입자는 40%를 자치하고 있다. 재건축 확정 후 아파트 시세가 1억2,000여 만원으로 치솟았으나 기존 아파트에 살고 있던 고령자와 저소득층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20년째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내년이면 집을 비워야 하지만 갈 곳이 없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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