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멕시코 대통령, 최악의 미제사건 진상조사 지시
2014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멕시코 대학생 납치 살해 의혹 사건에 대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 신임 멕시코 대통령이 진실 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지역 갱단에 의해 쓰레기 소각장에서 살해됐다는 과거 멕시코 정부의 발표 이후에도 멕시코 정부군 개입설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던 미제 사건이 뒤늦게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로페스 오브라도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가장 악명 높은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게레로주 이괄라시의 사범대생 실종 사건을 조사할 진실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대학생 43명은 멕시코 지역 갱단과 부패한 경찰들에 의해 살해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 대통령은 진실위원회가 사건을 모든 각도에서 면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대통령궁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건 책임자에 대한 면책 조치는 절대로 없다는 것을 약속한다”면서 “우리가 진실을 알게 되기를 희망하며 두 번 다시 국민들의 인권이 국가의 폭력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지시한 사건은 2014년 9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사 임용 차별을 없애 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던 멕시코 남부 이괄라시의 라울 이시드로 부르고스 농촌사범학교의 학생 43명이 경찰 진압을 전후해 갑자기 실종됐다. 실종 원인도 학생들의 생존 여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시신 또한 발견되지 않아 멕시코 사회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 해 11월 멕시코 검찰총장은 지역의 부패한 경찰이 진압 과정에 불법적으로 갱단을 개입시키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과 함께 불법적으로 시위 진압에 동원된 지역 갱단 ‘전사들’이 학생들을 납치한 후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해했다는 것이다. 살해된 학생들의 시신은 불태워졌고, 유해 역시 강물에 버려졌기 때문에 추가적인 신원 확인은 할 수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었다. 검찰이 제시한 가장 유력한 근거는 살해 용의자 일부로부터 범행과 관련한 진술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용의자의 자백이 고문에 의한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종 학생의 가족들은 정부가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멕시코 정부 당국의 발표 이후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던 미주인권위원회(IACHR)가 다양한 근거들을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에 나서자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43구나 되는 시신을 소각하기 위해서는 나무장작 30톤, 디젤유 13톤 가량이 필요한데 소규모 지역 갱단인 ‘전사들’은 이 같은 물자를 동원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실종학생들의 뼛조각 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소각이 이뤄졌다면 뚜렷한 흔적이 남았어야 하는데 현장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었다는 것도 미스터리였다. 뿐만 아니라 경찰 진압이 이뤄졌다는 시점과 학생들이 시위를 벌인 시점이 일치하지 않았고 해당 지역의 시장 부인이 마약 카르텔에 연루됐다는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져 갔다.
군대의 직접적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까지 제기되면서 사건은 멕시코 정국을 뒤흔들었지만 당시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갱단에 의해 학생들이 쓰레기 더미에 버려졌다는 수사 결과가 실체적 진실이라 주장하며 진상조사 요구를 묵살했다.
가디언은 “전임 대통령이 쓰레기 더미에 던져버린 우리를 (신임 대통령이) 꺼내 주기 바란다”는실종 학생의 어머니의 말을 대신 전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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