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축구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여성 수상자에게 DJ가 “트월킹(엉덩이 춤)을 추는 방법을 아느냐”고 질문해 논란이 됐다.
4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발롱도르 2018에서 루카 모드리치(33ㆍ레알 마드리드)와 아다 헤게르베르그(23ㆍ리옹)가 각각 남녀 발롱도르를 받았다. 발롱도르는 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축구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발롱도르를 주관하는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풋볼은 “여자축구는 남자축구만큼 존중 받아야 한다”며 올해 처음으로 여성 선수에게도 발롱도르를 시상하게 됐다.
첫 여성 발롱도르 수상자가 탄생한 역사적 순간에 오점을 남긴 것은 DJ의 ‘말실수’였다. 발롱도르 행사 내내 선곡을 맡았던 프랑스 DJ 마르탱 솔베이그는 이날 헤게르베르그에게 “킬리안(음바페)를 위해 준비한 세리머니를 봤을텐데 비슷한 걸 해줬으면 좋겠다”며 “트월킹 추는 방법을 아느냐”고 물었다. ‘트월킹’이란 상체를 숙여 엉덩이를 들썩이는 춤으로 미국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가 춰서 유명해졌다. 옥스포드 사전은 ‘트월킹’에 대해 “성적으로 도발적인 방식으로 춤을 추는 것을 묘사한다”고 설명했다.
DJ 솔베이그의 질문을 받은 헤게르베르그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아니요(No)”라고 답한 뒤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하다가 다시 돌아왔다. 솔베이그와 헤게르베르그는 ‘플라이 투 더 문(Fly to the moon)’에 맞춰 춤을 추며 헤게르베르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이후 DJ 솔베이그의 ‘트월킹’ 발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비판을 받았다. BBC는 저명한 스포츠인 등이 SNS를 통해 솔베이그 발언의 무례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도 “헤게르베르그의 영광적인 순간이 솔베이그의 트월킹 발언으로 빛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솔베이그는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나는 그저 음악에 맞춰 춤을 춰주길 바란 것일뿐, 트월킹을 추게 할 의도는 없었다”며 “나를 오래 봐 온 이들이라면 내가 여성을 얼마나 존중해왔는지 알 것”이라고 해명했다. 솔베이그는 또 헤게르베르그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헤게르베르그에게 해명했고 그 역시 내 발언이 농담이라는 걸 이해했다. 하지만 내 발언으로 마음 상한 이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무엇보다 헤게르베르그의 수상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헤게르베르그는 BBC 스포츠 등 언론과 인터뷰에서 “솔베이그가 나중에 와서 당시 상황을 해명하고 사과했다. 당시 그의 발언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며 “발롱도르를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솔베이그의 잇단 사과와 헤게르베르그의 입장 발표에도 솔베이그를 향한 SNS 여론은 싸늘하다. 솔베이그의 사과문이 담긴 트윗에는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며 그를 비판하는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첫 여성 발롱도르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아다 헤게르베르그는 노르웨이 국가 대표로 프랑스 여자 축구팀 리옹 소속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2016년 UEFA ‘올해의 여자 선수’와 노르웨이 ‘올해의 스포츠 선수’, 2017년 BBC ‘올해의 여자 축구 선수’로 선정되는 등 여자 축구계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헤게르베르그는 지난 시즌 컵 대회 포함 25경기에서 42골을 기록했고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쐐기 골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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