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꾼 김모(49)씨에게 4억5,000만원을 뜯긴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김씨 자녀 취업에도 청탁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윤 전 시장은 권여사를 사칭한 김씨로부터 “노 전대통령의 혼외자들이 광주에 사는데 어려움이 있어 취업을 부탁한다”라는 말에 속아 취업청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이 재임 시절 광주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광주 사립 중학교에 김씨의 자녀들을 채용해달라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문제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광주 모 중학교를 압수수색해 입사지원서 등 채용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해 분석을 마치고, 윤 전 시장이 출석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이 올해 1월쯤 김씨의 부탁을 받고 김씨의 아들 조모(26)씨를 광주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이 센터에서 전시회 행사 기간 마케팅과 업무 지원 등 한시적인 일을 수행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채용돼 2~10월까지 근무했다. 실제 윤 전 시장은 해당 지방공기업에 김씨의 아들에 대한 채용 지시를 하면서“도와줘야 될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은 이 과정에서 지방공기업에 조씨를 정규직으로 뽑으라고 했으나 채용 비리를 우려한 지방공기업 측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경찰은 또 현재 광주지역 한 사립 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재직 중인 김씨 딸의 채용 과정에도 윤 전 시장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해당 교사가 최근 결혼을 마쳐 거취 고민중”이라며“당시 윤 시장으로부터 채용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났다.
경찰은 김씨를 전 대통령의 부인을 사칭해 김 전 시장으로부터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 사이 4억5,000만원을 갈취한 혐의(사기 등)로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김씨와 그 가족 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채용 비리 혐의까지 포착했다.
경찰 관계자는“김씨가 당시 윤 시장에게 노 전대통령 혼외자라는 말에 속아 인사채용까지 했다”며“채용비리혐의로 윤 전 시장을 소환 추가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검 특수부와 전남지방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윤 전 시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및 채용비리 등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등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에 걸쳐 문자메시지로 출석을 요구하지만 윤 전 시장은 아직까지 출석 여부에 대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9일 남겨두고 광주진료소 의료뵹사를 떠난 윤 전 시장은 일행 모두가 귀국했는데도 혼자 남아 네팔에 머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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