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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내년 1월 1일 OPEC 탈퇴”… ‘60년 석유 카르텔’ 힘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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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내년 1월 1일 OPEC 탈퇴”… ‘60년 석유 카르텔’ 힘 빠지나

입력
2018.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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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NG 생산 집중”… 에너지 정책 독립 추진 

 사우디 주도 단교ㆍ봉쇄 조치 맞대응 성격 

 국제 원유시장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듯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 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019년 1월 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카타르는 탈퇴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도하=EPA 연합뉴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 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019년 1월 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카타르는 탈퇴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도하=EPA 연합뉴스

 

카타르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한다고 3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이 나라의 주력 수출 자원인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독립적인 에너지 정책을 펴겠다는 이유지만, 결국에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가 ‘테러단체 지원’을 이유로 주도한 ‘카타르 단교ㆍ봉쇄 조치’에 맞서기 위한 대응책 성격이 짙어 보인다. 사우디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OPEC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물론 카타르는 중동에서 원유 생산량이 미미한 편이어서, 국제 원유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1961년 OPEC의 ‘원년 멤버’였던 카타르의 이 같은 탈퇴는 과거 국제 유가를 쥐락펴락했던 OPEC의 위상이 이제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카타르의 국제적 역할 증진을 위한 장기 전략을 검토한 결과 OPEC를 탈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카타르는 천연가스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며, 탈퇴 후엔 OPEC의 합의(감산 또는 증산)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걸프 지역의 자원부국 카타르는 원유를 생산하긴 하지만, 하루 평균 생산량은 61만 배럴(올해 10월 기준)로 사우디의 5% 정도에 불과하다. 그 대신, LNG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이를 원유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480만배럴이다. OPEC 2위 산유국인 이라크와 맞먹는 수치다. 지난 9월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는 세계 최대의 해상 가스전인 ‘노스 돔’에 LNG 생산라인을 1개 증설한다고 발표했는데, 실제 가동에 들어가면 카타르의 LNG 생산량은 연 7,700만톤에서 1억 1,000만톤으로 42%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어차피 원유는 지금도, 앞으로도 카타르의 핵심 자원이 아닌 만큼 사우디가 좌지우지하는 OPEC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건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타르의 ‘OPEC 탈출’ 선언은 1961년 때부터 참여한 산유국의 첫 이탈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사우디와의 단교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과는 별개로, OPEC 자체의 ‘힘’이 빠져 버린 시그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국제 원유시장에선 OPEC 회원국이 아닌 미국, 러시아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과거와 같이 OPEC의 합의가 아니라, 사우디와 미국, 러시아 등 ‘빅 3’에 의해 사실상 좌우되면서 실제로 사우디 이외의 다른 OPEC 회원국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에콰도르가 1992년, 가봉이 1995년에 각각 탈퇴한 적이 있지만 이들은 원년 멤버는 아니었다. 게다가 두 나라는 2007년과 2016년에 각각 재가입하기도 했다. 카타르가 OPEC를 공식 탈퇴하면 회원국은 14곳이 된다. 만약 이번 탈퇴 선언이 도미노 효과를 낳아 또 다른 회원국의 이탈로 이어질 경우, 60년 가까이 이어진 ‘석유 카르텔’에 최대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카타르의 이탈은 곧 OPEC가 (단교 사태 이전까지 사우디와 이란 간의) 핵심적인 외교 중개자를 잃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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