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수 전 국가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이 전 사령관과 김대열 전 기무사 참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거쳐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관련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민주주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반헌법적 범행”이라며 “당시 현역 부하들 3명이 구속 상태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지시 책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기무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을 위한 첩보 수집 활동을 했다. 이들은 실종자 가족이 머무르던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의 성향과 음주 실태 등을 수집하고, 유가족 단체 지휘부의 직업과 정치성향, 가입 정당을 파악하는 등 민간인 사찰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에 대한 사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사령관은 당시 기무사를 총괄 지휘했다.
이 전 사령관은 오전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내게’라는 말이 있다. 그게 지금 제 생각이다”고 말했다. 다만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앞서 국방부 특수단은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을 기소하면서, 민간인이 된 이 전 사령관 등에 대한 수사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향후 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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