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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ㆍ정동영 "선거제 개편없이 예산안 처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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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ㆍ정동영 "선거제 개편없이 예산안 처리 없다"

입력
2018.12.03 17:37
수정
2018.12.03 22: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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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고리로 연대

문희상 국회의장과 각당 대표들이 3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최 초월회 오찬 행사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문 의장 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과 각당 대표들이 3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최 초월회 오찬 행사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문 의장 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초치기 심사에 들어간 여야가 선거제 개편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를 주도하는 손학규ㆍ정동영 두 ‘올드보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리로 밀월관계를 형성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들이 선거제도 개편 공조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일정부분 영향력을 확대한다면 이를 토대로 거대정당들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3일 선거제도 개편 연계 처리 방침에 한 목소리를 내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날을 세웠다. 연계 처리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바른미래당은 이날 “선거제도 개혁안 합의 없이는 예산안 처리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손학규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법 개정과 예산안 처리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며 “정기국회가 7일로 종료되는 만큼 예산안과 마찬가지로 선거법 문제도 그 전에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선거제도 개편 관철을 위한 농성에 들어가며 국회 앞 계단에 천막당사를 세웠다. 강한 대여압박으로 적기에 승부를 건 모습이다. 정 대표는 천막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사회ㆍ경제적 약자들에게 정치적 힘을 돌려드리기 위해 천막당사 투쟁에 돌입한다”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당의 운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각각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신경전을 벌이며 민주당을 몰아붙였다. 이 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이날 열린 5당 대표 모임 초월회에서 “어떻게 국민이 써야 할 예산을 선거제도와 연결시키나. 연계할 걸 연계해야지”라면서 “이렇게 하면 선거제도는 논의할 필요도 없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손 대표는 이에 “이 대표께서 마음이 불편한 걸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민의 뜻이 연동형 비례제”라고 맞받아쳤다. 정 대표는 초월회 직후 “이 대표가 수년 전부터 주장해 왔는데, 여당이 됐다고 입장을 뒤집어버리는 건 정치 불신의 행위”라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원내대표들도 이날 선거제도 개편에 힘을 보태면서 여야의 예산안 협상에 어깃장을 놨다. 양당은 정의당과 함께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계 처리 방침을 철회하면 본회의 일정을 미룰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야 3당은 이를 거부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 3당이 강경한 입장이라 (의사일정)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정동영 대표는 과거 민주당을 이끈 공통점이 있지만, 당대표로 여의도에 복귀한 이후 다른 길을 걸어왔다. 손 대표는 한국당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며 정부ㆍ여당을 질타했다. 반면 정 대표는 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민주당을 지원 사격해 왔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제를 매개로 민주당과 한국당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비교섭단체로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성공할 경우 두 올드보이들의 정치적 존재감은 이전과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두 대표 모두 거물 정치인들로 무게감은 있지만, 취임 이후 당내 상황에 부딪혀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연동형 비례제가 성사되면 소수정당의 의석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들의 당내 입지도 넓어지게 된다. 이들에겐 당 외연을 넓혀 제 역할을 함으로써 정치적 비중을 복원하는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석경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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