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자 출근 시간대 직접 타봤더니
“지금보다 더한 지옥철이 곧 도래할 것 같아 두려웠다.” 1일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종합운동장~중앙보훈병원)이 개통한 후 첫 출근일인 3일 오전. 평소 출퇴근 시 9호선을 이용해 온 기자는 이날 이전에 비해 얼마나 혼잡도가 높아졌는지를 직접 체험한 뒤 스스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
평소 출근 시간대보다 30분 정도 앞선 오전 7시29분 김포공항역에서 중앙보훈병원역 방면 급행편에 몸을 실었다. 출발해서 3번째 역인 염창역에 도착하자 열차는 이미 승객으로 꽉 들어찼다.
당산역에 내려 반대편 방향(김포공항방면)으로 돌아가 오전 8시19분 마곡나루역에서 급행열차에 탑승했다. 보다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오전 8시대 상황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출입구 주변 엄청난 ‘인파 압박’을 잘 알기에 일부러 좌석 칸 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안도도 잠시. 다음역인 가양역에서 열차는 승객들로 가득 찼고 염창역에 도착하자 승객들은 “아, 아” 외마디 비명을 지르거나 “밀지 마세요”란 말을 연발하며 만차인 열차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양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혼잡도가 심했다. 의도치 않게 다른 승객의 스마트폰을 함께 시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날 오전 7~9시 염창역에서 강남 방면 급행열차 혼잡도는 165%였다.
5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에서는 내릴 승객보다 탈 승객이 훨씬 더 많았다. 승강장 출입구마다 10명 안팎의 승객들이 다음 급행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냉방은 제법 세게 가동했지만 내부가 빈틈없이 빽빽하다 보니 급격히 더위를 느끼기 시작했다. 인파가 뿜어내는 열기와 밀폐감 등으로 피로도는 수직 상승했다.
강남권으로 넘어가는 관문역이자 1호선 환승인 노량진역에서는 이미 더 이상 승객을 받을수 없는 상황이 됐고, 승강장 출입구마다 10여명의 승객들이 승차를 포기했다. 3호선ㆍ7호선ㆍ9호선 환승역인 고속버스터미널역에 도착하자 다시 한 번 아비규환이 재연됐다. 출입구 쪽 승객들은 몸으로 인파를 헤쳐나가면서 겨우 하차할 수 있었다. 탑승객들은 열차 문이 닫히기 직전 가까스로 안으로 몸을 욱여 넣었다.
서울시는 6량 급행열차 20편성 도입 완료 등으로 이날 오전 7~9시대 급행열차 혼잡도 평균이 145%로 지난 달 19~21일 평균(163%)보다 18% 낮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치와 달리 기존 혼잡역의 혼잡도는 평소보다 더 컸다는 게 승객들의 반응이다. 염창역에서 9호선을 이용해 시청으로 출근하는 김모(48)씨는 “오늘이 월요일인데다 노선연장까지 겹쳐 혼잡 체감도가 더욱 컸던 것 같다”며 “열차를 추가 확보하지 않고 노선만 연장하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실제 이날 오전 8~9시 급행 환승역인 당산역, 여의도역, 동작역, 고속터미널역 승객은 2만2,335명으로 지난 주 월요일 같은 시간대보다 273명(1.2%) 늘었다. 3단계 개통으로 정거장이 8곳이 늘었지만 급행ㆍ일반 하루 운행 횟수는 종전과 동일해 출근 시간대 배차 간격이 40초~1분30초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됐다.
9호선의 향후 전망은 지금보다 더 어둡다. 서울시는 이용객이 2단계 개통 때처럼 15% 증가하면 혼잡도가 급행 163%→173%, 일반113%→130% 증가로 예상한다. 서울시가 내년 말까지 보유 차량 45편성 전체를 6량 열차로 전환 후 증량작업(객차 수를 4량에서 6량을 늘리는 작업) 열차 3편성을 운행에 투입해도 급행 혼잡도는 155%에 이른다. 승객들이 내년 말까지 혼잡도가 10% 증가한 ‘더한 지옥철’을 견뎌내더라도 아비규환의 고통은 여전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말까지 전체 45편성 차량 증량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혼잡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후 증편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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