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꾼 김모(49)씨에게 4억5,000만원을 뜯긴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김씨 자녀의 취업을 청탁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일 윤 전 시장이 재임 시절 광주시 지방공기업과 학교에 김씨의 자녀들을 채용해달라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올해 1월쯤 김씨의 부탁을 받고 김씨의 아들 조모(26)씨를 광주시 지방공기업에 단기계약직 직원으로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이 지방공기업이 진행하는 전시회 행사 기간 마케팅과 업무 지원 등 한시적인 일을 수행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채용돼 2~10월까지 근무했다. 당시 김씨를 권 여사로 철석 같이 믿고 있었던 윤 전 시장은 진짜 권 여사가 지인의 아들에 대한 취업 청탁을 한 것으로 여기고 이를 거절하지 못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 윤 전 시장은 해당 지방공기업에 김씨의 아들에 대한 채용 지시를 하면서 “도와줘야 될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은 이 과정에서 지방공기업에 조씨를 정규직으로 뽑으라고 했으나 채용 비리를 우려한 지방공기업 측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경찰은 또 현재 광주지역 한 학교에 교사로 재직 중인 김씨 딸의 채용 과정에도 윤 전 시장이 개입한 의혹도 제기돼 이를 캐고 있다. 경찰은 앞서 지난달 30일 문제의 지방공기업과 학교를 압수수색해 입사지원서 등 채용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윤 전 시장이 김씨에게 속아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 사이 4억5,0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씨와 그 가족 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채용 비리 혐의까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전 시장의 사기 피해사건을 조사 중인 광주지검 특수부는 윤 전 시장에 대해 피해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전 시장은 아직까지 출석 여부에 대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안=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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