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한 제조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던 전모(40)씨는 지난해 연말 제품을 운반하는 카트에 부딪혀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산업재해(산재)를 신청해 3개월의 병가를 받은 김씨는 복귀 2주일을 남기고 회사로부터 ‘안 나와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일하다가 또 다칠 수 있다는 이유로 업무 복귀를 못 시킨다더라”면서 “심지어 퇴직금도 줄 수 없다는 막무가내 통보였다”고 전했다. 결국 전씨는 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 결과 부당해고로 인정을 받기는 했지만, 공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전씨는 “눈치가 보여서 어떻게 같이 일하겠느냐”고 “산재로 다쳤다는 소문이 나서 근처엔 취직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일을 다니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업무 상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이나 질병, 사망 등을 산재로 본 승인율은 89.5%(8만7,792명)에 이르지만 이들의 직장 복귀는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요양을 마친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패널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원 직장 복귀율은 28.7%인 것으로 3일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13년 37.1%에서 2014년 32.2% 2015년 30.6% 2016년 30%로 오히려 매년 뒷걸음질 치고 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는 근로자가 보험급여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이 되는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노동현장에서 이 같은 일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었다. 4년 동안 피부관리사로 일했던 김주미(31)씨는 손목과 손가락에 통증을 느끼고 ‘우수지 굴곡 건초염’ 등을 진단받아 산재보험을 청구했다. 그러자 피부관리실에서는 ‘개인 질병’이라며 김씨를 해고했다. 김씨는 “잘릴 줄 알았으면 산재 신청을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다닐걸 그랬다고 후회 중이다”라고 했다.
‘산재 근로자’로 한번 찍힌 낙인은 쉽게 벗기 어려웠다. 근로복지공단의 ‘2017년 산재요양 종결자 취업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산재요양 종결자(7만4,816명) 중 66.7%(4만9,888명)가 임금근로자로 복귀했다. 그러나 이중 정규직은 45.9%(2만2,905명), 비정규직은 54.1%(2만6,983명)로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또 산업재해를 당할 당시 정규직이었던 근로자의 35.7%는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했다. 산재 후 근로지위가 더 악화된 셈이다. 박종균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외래 교수는 “산재 근로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원 직장 원 직무’”라면서 “산재보험을 치료 연장과 현금 보상 확대에 집중하기 보다는 재활을 통해 원직장으로의 복귀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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