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련 회계사 늘리기보다
휴업자 복귀 환경 만들어야”
공인회계사들이 정부의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을 다시 연간 1,000명으로 늘리는 계획에 반발해 거리로 나섰다. 감사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미숙련 회계사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오히려 회계 감사의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공인회계사 증원 반대모임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위원회의 공인회계사 증원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공인회계사자격제도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예정 인원을 올해보다 150명 많은 1,000명으로 결정했다. 선발예정 인원 증원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금융위는 2001~2006년 공인회계사를 매년 1,000명씩 선발하다 너무 많다는 지적에 800명 안팎으로 줄였다. 정부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증가하고 지난달부터 새로운 외부감사법이 시행되면서 회계사들의 감사 업무량이 증가한다는 점을 들어 다시 선발 인원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날 거리로 나선 1,000여명의 회계사들은 “회계사들의 이탈을 증원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감사환경 악화를 막지 못하고 결국 회계 투명성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휴업 회계사들이 감사에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등록 공인회계사의 36.19%(7,287명)가 감사 업무를 하지 않은 채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휴업 공인회계사’다. 지난해에 4대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을 떠난 회계사 수도 1,082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회계 감사 기간 집중되는 과도한 업무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 이후 법적 책임이 커진 데 따른 부담감에 떠난 것이란 게 회계사들 설명이다.
경력 5년 안팎의 숙련된 회계사가 떠난 빈자리를 신입 회계사가 채우면서 감사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 3월 말 기준 4대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경력 3년 미만 회계사 수는 2,034명으로, 4개 법인 전체 회계사(5,191명)의 39.2%에 달했다. 한 회계사는 “회계 감사에 투입되는 회계사의 수가 적은데다 연차가 낮은 회계사가 중요한 계정에 대한 감사를 맡는 경우가 많아 의미 있는 감사가 진행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감사를 받는 회사에서도 적절한 연차의 회계사가 배정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회계사들의 반발은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없잖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