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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우발적 충돌 가능성 낮췄지만… “신뢰구축 부족” 비판도

입력
2018.12.04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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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9 군사합의 이행 한달] 안보 전문가의 한달 성적표

9ㆍ19 군사합의 논란과 팩트 그래픽=송정근 기자
9ㆍ19 군사합의 논란과 팩트 그래픽=송정근 기자

‘완충구역 설정으로 인한 남북 간 긴장완화는 성과, NLLㆍ비핵화 협상 공전은 뇌관.’

안보 전문가들은 9ㆍ19군사합의 이행 한 달의 성적표를 이같이 요약했다. 지상ㆍ해상ㆍ공중에서의 완충구역 설정에 대한 남북 간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며당장의합의 이행 동력이 확보된 것은 성과다.다만 북한 북방한계선(NLL) 인정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점은 숙제다.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의 진전이 없을 경우 남북 간 군사합의 역시 추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은 근원적 한계로 남아 있다.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철거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는 이번 군사합의 이행의 가장 주목할만한 성과로 꼽혔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DMZ는 남북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었는데,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담론으로만 존재했던 DMZ 평화지대화가 현실로 구현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향후 9ㆍ19군사합의의 지속성에 대해서도 일단은 긍정적 전망이 많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낮춘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은 깨질 경우 북한이 손해보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잘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군사합의로 남북 양측 모두 얻어낸 부분이 있는 만큼 당장의 이행동력은 확보됐다는 뜻이다.

반면 남북 간충분한 신뢰구축 조치 없이군사합의를 도출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남북 간 군사협상에 참여했던 예비역 육군 장성은 “군비통제 개념에서 봤을 때 이번 합의에는 상호 간 공격 의도가 없음을 확인하는 통상적 절차가 상당 부분 빠져있다”며 “북한 도발에 수없이 당해온 남측 입장에선 북한이 군사합의를 지키겠느냐는 회의감을 가질만하다”고 평가했다. 군비통제는 통상 ‘신뢰구축-운용적 통제-구조적 통제’의3단계로 진행되는데, 이번 합의의 경우상호 훈련참관이나검증체계 마련 등 기초적 신뢰구축 조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NLL 논란 역시 군사합의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NLL 일대에 평화수역을 조성한다”고 합의했을 뿐 평화수역 설정 기준을 NLL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예비역 육군 준장인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장은 “서로 입장이 곤란하니 합의서에 ‘북방한계선 일대’로 뭉뚱그려놓은 것”이라며 “NLL 협상은 시작되지도 못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 진전 여부가 군사합의 이행 동력의 핵심 변수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을 군사적 차원에서 유인한다는 게 이번 군사합의의 궁극적 목표였던 만큼 향후 비핵화 진전이 없을 경우 군사합의 이행의 목적성도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이 지속할 경우 비핵화를 뒷받침해야 하는 군사합의의 근본적인 결함이 도드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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