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주전 3명 빠진 상황 10연패 보이자 주장 한유미 ‘왈칵’
현대건설이 V리그 개막 11연패 수렁에 빠져 있다. 지난 시즌 막판 연패 기록까지 합하면 17연패다. 사기를 잃은 선수단이 매번 맥없이 쓰러지자, 처음엔 안쓰러워 하던 팬들도 이젠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10년 전에도 극심한 연패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지난 2008년 1월 13일 경북 구미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의 3라운드 대결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경기다. 당시 9연패 중이던 현대건설은 연패 탈출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세트 스코어 1-2로 뒤진 채 4세트에서도 16-19로 끌려가고 있었다. 당시 현대건설 에이스였던 한유미(36) 현 KBS N 해설위원은 패색이 짙어지자 결국 코트 위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팀의 맏언니이자 주장으로 연패를 끊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투혼의 눈물이었다. 홍성진 감독이 작전 시간을 요청하며 다독였지만,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코트에 나섰지만 상대 팀 에이스이자 친동생 한송이의 맹폭까지 이어지며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주전 세터 이숙자와 센터 정대영이 다른 팀으로 옮겼고, 수비력을 갖춘 박선미까지 은퇴하면서 어린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독이 오른 현대건설은 1주일 뒤인 1월 20일 GS칼텍스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연패를 끊었다. 마지막 5세트 듀스 접전 끝에 16-14로 마무리한 극적인 첫 승이었다. 한유미 위원은 “경기장에 나가는 것도 부끄러웠다. 선수들끼리 야간 훈련도 하고 서로 독려하면서 어떻게든 연패를 끊으려 노력했다. 후배들 혼도 많이 냈지만, 서로 얘기도 많이 나눴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건설 팀 분위기는 10년 전과는 달라 보인다. 올 시즌 11경기 중 8경기에서 셧아웃(0-3패) 당했다. 6경기 연속 셧아웃 패다. 11경기에서 따낸 세트는 겨우 4개 세트뿐이다. 특히 지난달 29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는 상대 외국인 선수 알레나가 2세트 초반 부상으로 빠졌는데도 2,3세트를 내리 내주며 경기를 끝냈다. 2일 도로공사 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비수 위치가 겹치는가 하면 서로 사인이 맞지 않는 실책도 잇달았다. 2015~16시즌 봄 배구 챔피언, 2017~18시즌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경기력과 조직력이다. 센터 김세영이 올 시즌 팀을 옮기긴 했지만, 지난 시즌 주전들이 대부분 남아 있다.
2일 경기장을 찾은 한 배구 팬은 “전략도 투혼도 찾아볼 수 없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승패를 떠나 팬들이 용납할 수 있는 경기를 보고 싶다”며 화를 냈다. 그는 “현대건설은 많은 팬을 확보한 전통 있는 팀”이라며 “적어도 2일 경기 같은 모습은 보여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자부 한국전력도 13연패에 빠져있지만 셧아웃 패가 3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하고 있어 팬들의 위로를 받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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