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소록도병원에 입원 중인 강선봉(79) 씨의 시집 ‘곡산의 솔바람 소리’가 일본어로 번역 출간됐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小鹿島の松籟’란 제목으로 출간된 이 시집은 가와구치 사치코(川口祥子) 씨가 번역했으며, 원작의 구성대로 5부 67편의 시를 담았다.
작가인 강선봉 씨는 1939년 경남 진주에서 한센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8세 때인 1946년 어머니와 함께 소록도 땅을 밟았다. 시집에는 그가 1962년 섬을 탈출하기 전까지 어머니와 격리된 채 살았던 보육소 생활, 발병 이후 마을 생활 보조원으로 일했던 경험, 소록도 내 한센인 자녀들이 다녔던 소학교 풍경 등 한센인으로서의 겪은 기구한 삶이 담겨 있다. 강씨는 2016년 출간한 이 시집 외에도 수필집 ‘소록도 천국으로의 여행’(2006)과 소설 ‘곡산의 인동초 사랑’(2016) 등의 작품을 썼다.
가와구치 씨는 2017년 소록도를 방문해 소록도의 역사와 일제강점기 시절의 각종 건축물을 직접 보고 작가를 인터뷰했다. 그는 번역후기를 통해 “지금까지 한센인, 한센병에 대해 무관심했던 자신이 부끄럽다”며, “강씨의 시집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번역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0년 11월 소록도병원에 재입원한 강씨는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병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한센인들로 구성된 예술동호회 ‘해록예술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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