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3일 ‘천막당사’를 차리고 선거제도 개혁 관찰을 위해 풍찬노숙에 나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소수정당의 의석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 천막당사를 설치한 뒤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회ㆍ경제적 약자들에게 정치적 힘을 돌려드리기 위해 천막당사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치ㆍ선거제도 개혁을 당의 운명을 걸고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천막당사 설치를 두고 평화당 직원들과 국회 직원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 직원들은 천막당사 설치를 막기 위해 새벽부터 국회 앞 계단을 지키며 평화당 직원들을 저지했다. 이에 평화당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설치를 강행했다. 양측의 몸싸움은 장병완 원내대표가 나타나 설치 의사를 밝히자 국회 직원들이 물러나면서 마무리됐다. 장 원내대표는 “오늘부터 천막을 치고 선거제도 개혁이 완성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며 “우리 정치사의 가장 큰 의미로 기록될 선거제도 개혁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진정성을 갖고 동참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천막당사는 당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당의 돌파구 역할을 해 왔다. 대중에 정치 개혁을 다짐하는 수단이자 정치 투쟁의 도구로 활용돼 왔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차떼기 사건(대규모 불법 정치자금 수수)’으로 17대 총선 참패 위기에 처하자, 당시 박근혜 대표가 서울 여의도 공원 인근 부지에 천막당사를 설치했다. 한나라당은 천막당사 효과로 예상의 2배가 넘는 121석을 얻었고, 박 대표를 선거의 여왕으로 올려 놓았다. 최근엔 지난 4월 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관철하기 위해 국회 계단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인 바 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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