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말 자유한국당 당사에 카카오톡 프렌즈 ‘라이언’ 인형을 손에 들고 나타났다. 당 수뇌부와 대립하던 그는 “너무 외로워서 이 ‘아이’와 함께 왔다”고 했다. 카톡 프렌즈는 카카오측에서 직접 만든 카톡 이모티콘들이고, 온라인에서의 친근함을 바탕으로 굿즈(Goods)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카톡 프렌즈뿐 아니다. 개인 작가들이 만든 카톡 이모티콘도 카톡 대화창 인기를 등에 업고, 안고 만지고 쓸 수 있는 형태로 줄줄이 상품화되고 있다. 인형, 머그잔, 쿠션, 문구류 등 수십 가지 상품으로 변주된다. 그러나 카톡 이모티콘 경쟁이 심해지면서 작가들은 이런 상품들도 카톡의 그림자 안에서 수명이 짧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 안정적인 시장이 형성됐다고 보기는 이른 것 같다.
카톡 창밖으로 뛰쳐나온 이모티콘 중 가장 앞선 주자로 ‘오버액션 토끼’와 ‘옴팡이’가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등에서 일시적으로 여는 ‘팝업스토어’를 기준으로 ‘오버액션 토끼’ 관련 상품은 하루 3,000~7,000명이 구매하고 하루 매출 1억원가량에 이를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과자, 화장품, 아이스크림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협업)으로 여러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오버액션 토끼’는 일본 작가가 만든 카톡 캐릭터이다.
올해 3월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상품으로 출품되기 시작한 ‘옴팡이’도 팝업스토어를 열면 하루 구매자가 1,000~2,000명가량 모여들 정도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옴팡이’의 애소(정다슬) 작가는 “옴팡이 이모티콘이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게 바탕이 됐다”라며 “인형이나 케이스, 가방 그리고 문구류까지 더한다면 스무 종류의 상품이 출시됐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상품화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소 작가는 “인형을 포함한 옴팡이 상품들 모두 귀엽게 잘 나왔지만 그 중 특별히 애정이 가는 것은 들인 노력이 가장 컸던 2019년 달력이고, 실제 완판되기도 했다”라며 “만들 땐 조금 힘들었는데 출시 후 보니 일러스트가 잘 나와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오버액션 토끼’와 ‘옴팡이’의 오프라인 상품 출시를 담당하는 더웍스컴퍼니의 박덕규 부장은 “카톡에서 인기 있는 이모티콘을 위주로 계약을 맺고 상품을 출시하지만 오프라인 상품을 통해 역으로 이모티콘이 더 알려지고 카톡에서 더 많이 내려받는 효과도 갖게 된다”며 선순환 효과를 설명했다. 매출 중 작가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작가도 업계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박 부장은 그러나 “무엇을 하더라도 작가 위주이며 섭섭하지 않게 보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카톡 이모티콘 ‘바나&나나’도 시중에서 상품으로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다. 바나&나나의 상품 출시를 담당하는 다날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연령 타깃을 10~30대로 설정하고 인형, 문구, 무드 라이트 등 제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바나&나나’를 만든 임봉(임보련) 작가는 “평면적인 그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야 해서 이모티콘으로 만들 때와 다르다”라며 “360도로 돌렸을 때 각 위치에서 어떤 형태가 되는지, 옆모습이나 뒷모습이 어떤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이모티콘과 상품 디자인의 차이를 설명했다. 애소 작가도 “아무래도 그림이 아닌 상품으로 현실화하는 부분이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며 “혼자서 하기에는 힘든 작업이어서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치면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캐릭터 현실화를 이뤄나가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카톡에서 인기를 실감해야 캐릭터 상품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시장도 카톡에 의존적이긴 마찬가지이다. 임봉 작가는 “이모티콘이 인기가 있으면 상품도 잘 팔리고 상호보완적인 면이 있는 것 같지만 오프라인 수입보다는 이모티콘 수입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카톡에서 인기 이모티콘으로 인식이 돼야 오프라인 상품도 원하는 것 같다”며 “카톡 이모티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기가 솟았다가 금세 사그라지기도 해 불안감 같은 게 있다”고 했다. 실제 상품으로 내놓았다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 캐릭터들도 있다. 이모티콘을 상품으로 내놓을 때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반분기별로 출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시장 상황에 단기적으로 대응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작가들이 카톡내 이모티콘 인기순위에 무척 민감하다”라며 “카톡측에서 공지하는 순위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불만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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