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최고의 이혼’ 끝낸 차태현
시청률 낮아 의기소침했지만
밤샘촬영 없는 현장 선례 남기고
인생 드라마 댓글 보고 위안 얻어
기회 되면 드라마 연출도 재도전
“시청률이 안 나오니 사기가 많이 저하됐었죠.”
배우 차태현(42)과 배두나(39), 투 톱이 주연인데 시청률이 어느 정도는 보장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달 27일 종방한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시청률 1~4%대(닐슨코리아)의 성적표를 남기고 퇴장했다. 요새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 시청률이 10%를 넘기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너무 초라한 성적이었다.
최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차태현도 “첫 방송이 나간 뒤 촬영하는데 고개를 숙이게 되더라”며 의기소침 했던 때를 떠올렸다. 차태현은 배두나와 함께 “우리는 이제 끝인 가봐” “우린 안되나 봐”라며 자책도 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드라마가 끝나고 갖는 ‘쫑파티’에선 시청률을 확인하지 못해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았단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시청률 데이터가 제때 나오지 못한 것. 차태현은 “시청률이 좋지 않아서 당연히 아쉽지만, ‘최고의 이혼’의 유현기 PD가 광고는 잘 팔렸다고 말하니 다행이었다”며 웃었다.
일본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최고의 이혼’은 3년차 부부인 조석무(차태현)와 강휘루(배두나)의 이혼과 재결합 과정을 보여줬다. 실제 세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인 차태현에겐 그리 어려운 연기는 아니었으리라. 다만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그의 이미지와 다른 웃음기 뺀 모습이 흥미로웠다. 과자 먹던 손으론 절대 물건을 집지 않고, 행주와 걸레를 혼돈하는 아내에게 화를 내는 식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연기는 시청자에게 편안한 인상을 줬나 보다. 그는 “지금껏 많은 작품들을 했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차태현의 인생드라마’라는 댓글을 봤다”며 “낮은 시청률이지만 보신 분들은 재미있게 시청하셨나 보다”라고 말했다.
차태현이 이번 드라마에서 느낀 단맛은 하나 더 있다. 그는 “데뷔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밤샘 촬영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 여파가 드라마 제작현장에도 영향을 미쳐서였다. 방송업이 노동시간 단축 예외로 인정되던 특례 업종에서 최근 빠지면서 방송가가 변화를 맞고 있다. 물론 극히 일부 현장이긴 하지만. “우리 드라마가 좋은 선례가 되었다고 해요. 촬영 마지막 날까지 거의 밤샘 촬영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너무 ‘화딱지’가 나더라고요. 지난 20년 동안 (방송계가)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못했다는 게 너무 기분이 안 좋았어요.”
밤샘촬영이 없는 덕분에 차태현은 드라마를 찍으면서 동시에 2개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다. “당연히 스케줄이 너무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근로시간 단축 여파로 인해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맞았죠.” 6년 동안 출연하고 있는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과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다. 하지만 두 개의 예능을 동시에 출연하니 힘들었다고. “‘1박2일’을 촬영하고 오면 목이 쉬어서 드라마 연기를 할 때 지장을 주더군요. 연기에 100%를 쏟을 수 없으니 예능에 출연하는 걸 심사숙고 하게 돼요.”
말은 이렇게 해도 그는 ‘도전’이라는 단어에 약하다. 처음 해보거나 남들이 만류하는 영역에 섭외가 들어오면 거절하지 못한다. KBS 드라마 ‘전우치’(2012)나 영화 ‘복면달호’(2007)는 “무모하고 (흥행이) 안 될 걸 알면서도” 도전했다. 특히 지난해 KBS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선 주연으로 출연하고, ‘1박2일’의 유호진 PD와 공동 연출까지 맡았다. 정우성 하정우 등 배우가 영화를 연출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드라마 연출을 한 건 그야말로 파격적인 시도였다. 차태현은 “또 한번 기회가 온다면 연출만 해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렇다고 연기에 대한 욕심을 버린 건 결코 아니다. 그는 지난해 1,400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신과 함께1-죄와 벌’을 두고 영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각종 연말 영화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을 볼 수 없어서였다. “저는 상업영화만 해왔어요.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님과도 일해본 적 없죠(웃음). 하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남우주연상이 목표입니다. ‘신과 함께1’로 후보라도 올랐으면 했는데 한 번도 안 오르더군요. 기분이 좋지 않았죠. 도대체 어떻게 하면 후보가 될 수 있을까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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