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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선물' 주고 3개월 시간 번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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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선물' 주고 3개월 시간 번 시진핑

입력
2018.12.02 18:41
수정
2018.12.02 23:3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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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담판에서 ‘휴전’

추가 관세 부과 잠정 중단하고

90일간 지적재산권 협상 합의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맨 왼족)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라시오 두아우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업무만찬에서 마주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맨 왼족)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팔라시오 두아우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업무만찬에서 마주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현지시간) 무역 담판을 통해 추가 관세 부과를 잠정 중단하고 향후 3개월간 지식재산권 보호 방안 등을 협상키로 합의했다. 전면적 ‘무역전쟁’에 대한 부담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 필요성 때문에 양측이 최악 시나리오는 일단 피한 것이다. 하지만 시 주석이 상당한 양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시간을 벌어낸 형국이어서 완전한 갈등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중국제조 2025)과 대미 무역흑자 획기적 축소 등 향후 3개월간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 수준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이 언제라도 재개될 수 있다. 다만 휴전기간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최악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업무만찬에서 내년 1월부터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약 224조4,000억원)에 대한 관세(기존 10%)를 25%로 인상하려던 미국의 계획을 보류키로 했다. 또 향후 90일간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재권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ㆍ절도 등의 문제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앞으로 90일 동안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내외신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합의는 확전 자제로 요약할 수 있지만, 실리로 따지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게 기울어 있다. 국내 정치적 이유로 가시적 성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 주석이 큰 선물을 3개나 안긴 형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즉시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핵심 지지기반인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에서의 인기를 만회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반대로 무산된 세계 최대 모바일폰 칩 메이커 퀄컴의 NXP반도체 합병을 사실상 이뤄냈고, 미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중국산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에 대한 규제 약속도 끌어냈다. 반면 시 주석은 현행 10%인 2,000억달러 관세 인상을 유예하겠다는 약속만 얻어냈다.

게다가 이번 합의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실질적 무역전쟁 종결로 나아갈지도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의 고민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불만을 제기해 온 무역 불균형은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이후인 지난 9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월간 역대최고인 341억3,000만달러(약 38조3,000억원)였고 10월에도 300억달러를 훌쩍 넘었다. 밀어내기 수출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분석이 있지만, 미국 입장에선 무역수지 적자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의 중장기 국가전략(중국제조 2025)을 겨냥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실제 미국이 지난 7,8월 두 차례에 걸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한 중국산 제품의 상당수는 중국제조 2025와 관련된 첨단기술 제품이었다. 백악관이 지재권과 기술이전, 사이버 절도 등을 향후 협상 대상으로 명문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산업생태계의 질적 전환과 중장기 기술 패권을 노리는 중국도 양보가 쉽지 않은 문제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겠지만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샌더스 대변인은 “양측이 만약 90일 내 합의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10%의 관세는 25%로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면 내년 1월보다는 늦어지겠지만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에 나서겠다는 경고다. 결국 3개월의 시간을 번 중국이 어떤 묘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협상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임시 봉합의 성격이 크지만 미중 양국의 이번 합의는 불가피했고 예정된 수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 증시 침체와 소비재 가격 상승에 따른 민심이반, 공장 폐쇄를 포함한 GM의 대규모 구조조정, 하원 중간선거 패배 등으로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했다. 시 주석도 심화하는 경기침체 우려를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셈이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 간 정면충돌에 따라 출렁거렸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 숨 돌리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미중 정상 간 합의에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북핵 문제에서도 미중 합의는 의미가 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적극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겐 시 주석 협조가 절실했고, 시 주석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해야 했다. 이에 따라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노력에 합의했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비롯한 북미 직접 접촉을 촉진키로 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일시 휴전에 합의한 것은 양측 모두 전면전에 따른 부담이 컸기 때문이지만 서로 한발씩 물러선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좀 더 상황이 급했던 건 분명히 중국 쪽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3개월의 시한을 갖게 된 만큼 양측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급적 빨리 진행돼 북핵 문제 해결이 본궤도에 오르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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