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금 국회 복지위원회 통과해 심사 중
“독박육아 경력단절 문제 두루 봐야”
이달 종합대책 내놓을 정부도 곤혹
부모들은 “보육ㆍ돌봄시설 해결부터”
국회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장려금 신설 등 현금 지원 예산 확보에 나서면서 사업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년간 저출산 대책에 143조원을 쏟아 부어도 효과가 없었던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육ㆍ주거 등 생활안정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의견과 ‘재난’ 수준인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면 당장의 현금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선다.
2일 국회에 따르면 내년 10월부터 자녀를 출산하는 모든 산모에게 1인당 25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일시 지급하는 예산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심사와 본회의 처리를 남겨두고 있다. 아동수당도 내년 9월부터 만 9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가정으로 확대해 매달 1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심사 중이다. 이 같은 현금 지원 방식의 저출산 정책은 애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자유한국당이 출산주도성장을 내세우면서 예산 편성을 주장해 여야 복지위 간사단 협의에서 신설되거나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국비 기준으로 출산장려금 1,031억원(3개월 지급분), 아동수당 5,351억원(4개월 지급분)이 필요하다.
국회가 저출산 해소를 위한 각종 현금수당 마련에 힘을 쏟자 정부는 당황한 모양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산율 목표를 정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과거 방식 정책에서 벗어나, 보육, 주거, 일ㆍ생활 균형 문제 등을 개선해 아이와 부모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아동수당은 근본적으로 저출산 목적이 아니라 아동복지 증진이 목표인 만큼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지만, 출산장려금 신설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금 지원은) 현재 국민이 원하는 저출산 정책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저출산위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저출산 정책의 우선 목표로 △보육시설ㆍ초등돌봄 확대(16.8%) △주거여건 개선(15.1%)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고 이어 △육아휴직 등 근로지원 정책(14.8%) △고용 안정성 강화(13.5%) △아동수당 등 비용지원(13.1%)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현금 지원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장려금은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출산장려라는 말 자체가 문재인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저출산 패러다임 전환’과 대치되는 용어”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아이를 낳으라며 현금을 뿌리는 것은 선거용 정책일 뿐”이라며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출산 주체인 여성이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을 겪고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 개선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반면 올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0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될 만큼 심각한 인구절벽을 해소하려면 출산 초기 비용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장려금의 효과가 출산율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출산 초기 비용을 사회가 감면해준다는 차원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산장려금 지원을 경쟁적으로 남발해 문제가 큰데, 오히려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지원해 가이드라인이 잡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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