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폐막
빈 살만, 英ㆍ中ㆍ印 등과 양자회담
‘합의’ 아닌 ‘봉합’ 공동성명 마무리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서 살해된 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중동의 젊은 지도자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듯 보였다. 왕세자의 선택은 정면돌파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난달 30일부터 1일(현지시간)까지 이어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세계 지도자 가운데 누구도 국제사회 에너지 권력의 중심인 사우디 ‘미래 권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회의가 시작된 첫날인 지난달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의장에서 마주친 무함마드 왕세자와 하이파이브 후 악수하며 미소를 지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푸틴 대통령의 손을 꼭 잡은 채 손뼉을 치는 모습을 두고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은 “유유상종”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도 과거 반정부 인사 암살에 연루된 의혹이 있고 현재는 우크라이나 해군 선박 억류 사건으로 서방과 어색한 관계다. 두 정상은 다음날 별도 정상회담도 했다.
반대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만남에서 직접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응대했다. 엘리제궁은 5분 남짓한 대화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카슈끄지 사건과 사우디 정부의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G20 회담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완전히 환영받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당한 것도 아니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별도 양자회담에서 카슈끄지 사건을 의제로 꺼냈다고 밝혔지만 양자회담을 한 것 자체가 왕세자의 성과로 비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은 왕세자와의 양자회담에서 경제협력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이미 무함마드 왕세자를 옹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에 부정적인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한 듯 왕세자와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대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일 CNN방송에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에 연루됐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뿐 아니라 여러 ‘불편한 대화’ 끝에 나온 G20 정상의 공동성명은 합의라기보다는 봉합의 성격으로 마무리됐다. 공동성명은 미국의 입장을 반영해 ‘보호무역’ 언급을 피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19개국이 보조를 맞췄지만 파리 협약 탈퇴와 관련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추가됐다. 이민과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인도주의적 필요성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원칙적인 문장만이 남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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