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god 데뷔 20주년 공연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지난달 3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그룹 god는 데뷔 20년 공연의 첫 곡으로 ‘길’을 골랐다. 무대 바닥의 ‘무빙 트랙’을 각자 걸으며 노래하던 다섯 사내는 곡이 끝날 무렵 무빙 트랙에서 내려와 서로 어깨동무를 했다. 따로 또 같이, 20년을 함께 한 우정이다.
공연의 백미는 ‘어머님께’. 전주가 흐르자 스크린엔 god가 ‘어머님께’로 활동했던 시절 찍은 옛 사진이 떴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1만여 관객이 쏟아낸 합창은 공연의 절정다웠다. ‘어머님께’ 노래 자체가 이미 관객들 삶의 한 조각이 된 듯했다. ‘애수’ ‘프라이데이 나이트’ ‘거짓말’ 그리고 ‘하늘색 풍선’까지. 20여 히트곡이 3시간 이어지는 동안 객석엔 풍선 모양 응원봉이 만들어낸 ‘하늘색 물결’이 넘실거렸다. god의 상징색인 하늘색 우비를 입고 온 관객도 많았다. 2일까지 사흘간 공연에 3만명이 몰렸다.
1999년 데뷔한 god는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보통 날’ 등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곡만 15개를 남겼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발라드 곡으로 폭 넓은 사랑을 받은 결과다. 친근한 옆집 청년 같은 이미지도 인기에 밑거름이 됐다. 2000년 MBC 육아 예능 프로그램 ‘god의 육아일기’ 출연은 그 기폭제였다. 배곯았던 연습생 시절, 외모와 나이 등으로 겪었던 데뷔의 어려움 등 ‘인간극장’ 같은 성장사까지 더해졌다. 앞서 데뷔한 H.O.T.와 젝스키스가 ‘신비주의’로 10대들의 우상이 된 것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god는 아이돌그룹 음악에 보편적 스토리텔링을 입혀 성공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god는 22일 부산, 25일 대구를 찾는다. 최근엔 신곡 ‘눈이 내린다’까지 선보였던 god는 내년 초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도 낸다. 손호영은 “우리 체력이 예전 같지 않지만, 숨이 닿는 한 여러분과 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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