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현장 가봤더니
“도착지가 근처인데 한 번만…”
“생각 못 했다” 단속 이유 묻기도
“썬팅 짙은 차량 많아서…”
경찰도 적발에 어려움 호소
착용 안내 음성 땐 예외조항에
택시기사들은 가슴 쓸어내려

“할아버지 집이 요 앞인데…”
2일 오전 11시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초나들목(IC)에서 부산 방면으로 가던 김모(47)씨가 차를 세우게 한 경찰과 몇 마디 말을 한 뒤 당황스런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이고 뒷좌석에 앉은 사람까지 모두 안전띠를 메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는데, 뒷좌석에 앉은 아이에게 그걸 얘기한다는 걸 깜빡 했다는 것. “(도착지가) 근처인데 이번 한 번만 부탁한다”고 몇 번이나 읍소하는 김씨에게 경찰은 3만원 과태료가 부과된 고지서를 무심하게 건넸다.
이날은 경찰이 서초나들목을 포함한 일부 고속도로 나들목과 자동차전용도로 진·출입로 등을 대상으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특별 단속에 나선 지 이틀째. 9월 28일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이후 2개월간 안전띠 착용 홍보와 계도 활동에 주력한 데 이어 본격 단속과 과태료 부과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오전 10시40분부터 50여분간 단속이 이뤄진 서초IC 부근에서는 총 5대가 적발됐다. 10분에 한 대 꼴. 대부분은 이번에 추가된 뒷좌석 안전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동승자 미착용의 경우 운전자에게 과태료 3만원이 부과되고, 안전띠 미착용자가 13세 미만이면 6만원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으로 홍보와 계도가 꾸준히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자리를 제대로 잡지는 못했다는 방증이다. 운전자 주모(53)씨는 ‘안전띠 단속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냐’는 경찰 질문에 “잊어버렸다”고 멋쩍게 말했고, 또 다른 운전자 홍모(38)씨는 “(전 좌석 안전띠 의무라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경찰에게 단속 이유를 거듭 되묻기도 했다.
택시 운전자들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승객 상당수가 안전띠를 하지 않은 채 단속에 걸렸지만, 내비게이션 혹은 단말기의 안내 음성으로 착용 안내만 하면 승객은 물론이고 운전자 역시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 때문이다. 경찰이 “승객 안전을 위해 한번 더 육성으로 말씀해달라”는 당부를 택시 여럿을 세우고 반복해야 할 정도였다.
이날 단속은 경찰이 육안으로 차량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단속된 것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차량이 안전띠 착용 의무를 위반했을 것이라는 게 현장 경찰들 얘기. 서초경찰서 권오성 경감은 “차량 전면 유리까지 틴팅(썬팅) 필름이 부착된 차량이 많아서 육안으로 확인하고 적발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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