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기대를 뛰어넘는 연출과 호연으로 흥행 청신호를 켰다.
지난 1일 오후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이 첫 방송됐다.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가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으며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번 작품은 현빈과 박신혜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알함브라’에 시청자들이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또 있었다. 그간 국내 드라마에서 선보인 적 없는 AR(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었다. CG와 리얼리티를 넘나들며 AR 게임을 작품에 녹여낼 것을 예고했던 ‘알함브라’는 신선함에 대한 기대와 함께 몰입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지난 28일 열렸던 제작발표회 당시 공개됐던 하이라이트 영상 시사 당시에도 ‘알함브라’는 “기대 된다”는 평과 “다소 난해하다”는 평을 함께 모았다.
작품에 쏟아진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해 당시 안길호 감독은 “증강현실을 표현하는 작품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어떻게 구현을 하느냐였다. 따라서 가상현실과 다른 개념이라 리얼리티와 CG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에서 접점을 찾는 것에 주력했다”며 “곧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사실적인 부분을 많이 표현하려고 CG보다는 사실에 베이스를 놓고 상당부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연출 방향을 밝힌 바 있다.
기대 반 우려 반 속 베일을 벗은 ‘알함브라’는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안길호 감독의 말대로 리얼리티에 중점을 둔 CG는 이질감이나 난해함 대신 실제 게임 세계 속으로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으며, 이는 극의 배경인 스페인 그라나다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판타지 서스펜스 로맨스의 서막을 제대로 열었다. 광장의 동상이 현빈과 사투를 벌이고, 식당 화장실에서 검을 획득하는 등 판타지적 요소가 쉴 새 없이 등장했지만, 오글거리는 어색함 대신 ‘AR 게임을 제대로 구현했다’는 느낌과 함께 매끄럽게 극에 녹아들었다.
첫 방송 극을 ‘하드캐리’ 했던 현빈을 비롯해 찬열, 박신혜, 박해수 등 배우들의 연기도 ‘알함브라’의 성공적 출발에 일조했다. 특히 현빈은 AR 게임에 직접 접속해 게임을 진행하는 허구적인 설정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수직상승 시켰다. 박신혜와 현빈, 찬열 등 배우들 간에 촘촘하게 연결된 관계 역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요소였다.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평처럼 그야말로 ‘시간이 순삭 당한’ 첫 방송이었다. 가치 tvN의 최고 히트작 ‘도깨비’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판타지 로맨스의 등장이라 부를 만한 작품의 등장이다. 첫 방송을 통해 우려를 깨고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알함브라’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통해 tvN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지, 기대감이 모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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