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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동계스포츠 현실도 모르면서 열차로 베이징 응원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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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동계스포츠 현실도 모르면서 열차로 베이징 응원 가자고?

입력
2018.12.03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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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체육부대 신병 모집서 제외,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직격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남북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판정을 내리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의선 열차를 타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응원을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푼 기대를 전했다. 그로부터 5일 뒤 남북 양측은 18일간에 걸쳐 북한 철도 구간 현지 공동조사에 나섰다.

열차로 떠나는 베이징 올림픽 응원은 물론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뭐니해도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응원단보다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선수들이 더 간절하다. 그 무대를 위해 흘리는 땀과 눈물이 있어 걸어서라도 가고 싶은 것이 그들의 마음일 테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준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감동을 안겨 준 동계 종목에 관심은 너무 빨리 잊혀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동계 효자 종목 빙상은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의 전횡으로 멍들었고, ‘팀 킴’이 은메달을 따낸 컬링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의 갑질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윤성빈이 사상 첫 썰매 금메달을 안긴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훈련 예산이 10억원대에서 2억원대로 확 줄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군체육부대는 지난달 낸 2019년 1차 신병 모집 공고에서 동계 종목을 모두 제외시켰다. 동계 종목 관계자들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일부에선 축구나 야구 등 인기종목 선수 정원을 늘리기 위해 동계 종목을 희생양 삼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자력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던 아이스하키인들은 상무 폐지로 남자 대표팀이 직격탄을 맞게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상무 아이스하키는 6명의 선수만 남아 대회 출전은 고사하고 훈련도 못하는 상황이다.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상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25명 가운데 16명이 상무 출신이다. 사병으로 군 복무를 할 경우, 선수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2년 가까이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는 공백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선수들의 하소연이다.

평창올림픽은 남북 관계 해빙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결성 등을 놓고 ‘정치가 스포츠를 이용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평화 올림픽’이라는 대의에 모두 수긍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는 일사천리로 진전됐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고,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답방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작 동계 종목은 어떻게 됐나. 우리 동계 종목이 고르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당초 기대와 거리가 멀다. 평창올림픽은 정치적으로만 눈부신 유산을 남겼을 뿐이다. 동계 선수들은 올림픽이 끝난 지 1년도 안 됐는데 소외감을 느끼고 무관심에 서러워한다. ‘비인기 종목’이란 이유로 함부로 다뤄지는 현실에 개탄하고 있다. 평창의 유산을 위해서라도 선수들의 베이징을 향한 꿈을 응원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 줄 필요가 있다.

김지섭 스포츠부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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