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193. 세 살 추정 수컷 강건이
지난 2월 울산 동구의 한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이 개 사육장에 옮겨 붙으면서 철창 속 개들은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심한 화상을 입었는데요. 개 사육장 주인은 다친 개들을 치료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화상을 입은 개들은 차례로 죽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현지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와 주민들의 요청으로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3월 울산 동구청 직원과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현장의 상황은 참혹했습니다. 개 주인은 사체조차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었는데요. 그 중 얼굴부터 꼬리까지 온 몸에 화상을 입은 황구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개 주인은 황구를 내줄 수 없다고 우겼지만 활동가가 동물학대로 고발하겠다고 하자 황구를 포기하고 내어주었습니다.
사연을 들은 동물권 단체 케어는 죽기 직전인 황구를 서울로 데려왔습니다. 모든 피부에 화상을 입은 데다 한 달 가량 먹지 못해 뼈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화상으로 눈 조차도 감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활동가들은 황구의 이름을 ‘어떤 시련 속에서도 강하게 버텨 건강해져라’ 라는 의미로 강건(세살 추정ㆍ수컷)이라고 지어주었습니다.
병원에 입원 이후 강건이는 안검성형술을 받아 눈을 감을 수 있게 됐고 피부 재건 수술 등을 받아 지난달 초 케어 입양센터 답십리점에 입소했습니다.
아직 피부가 완전히 나은 건 아닙니다. 또 처음 보는 사람과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경계심이 있고 귀를 포함해 화상을 입은 부위를 만지는 걸 아직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친해지면 애교 쟁이로 돌변합니다. 엉덩이를 밀면서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하며 산책 나가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고 해요.
아직은 강건이가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회복하진 못했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조차 기적일지 모릅니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제2의 견생을 살아갈 기회를 얻은 강건이를 기다려주고 따뜻하게 보듬어줄 가족 어디 안 계실까요.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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