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일본과 첫 3국 정상회담 “평화번영 기여”, 중러 밀월 겨냥
중국ㆍ러시아 정상과 만나 “일방주의 배격”, 美 반대 한 목소리
아르헨티나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초반 기세를 주도한 건 트럼프도 푸틴도 아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였다. 모디 총리는 미국ㆍ일본 정상과 나란히 서서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며 서구와 맞서 신냉전으로 치닫는 중국ㆍ러시아를 겨냥했다. 동시에 중국ㆍ러시아와 손을 맞잡고 “일방주의를 배격한다”면서 미국을 향해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미러 정상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인도를 고리로 미일 대 중러의 전통적인 대결구도가 재현되며 모디 총리의 주가는 다자외교 무대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디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G20 회의를 계기로 만나 사상 첫 3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인도ㆍ태평양 전략, 미일동맹, 다이아몬드 안보구상 등을 통해 이들 3국은 중국, 러시아에 맞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정상들이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은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나라의 관계는 매우 좋고 튼튼하다”며 “우리는 많은 무역을 함께 하고 있고 무기 구매 등 국방에서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우리는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세계 평화와 번영, 안정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Japan), 미국(America), 인도(India)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JAI’를 언급하며 “이는 힌디어로 성공을 뜻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모디 총리는 같은 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따로 만나 비공식 면담을 가졌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응해 보조를 맞추기 위한 자리였다. 시 주석은 “중국, 러시아, 인도는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대국이자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합의를 무시하고 입맛에 따라 제멋대로 쥐락펴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3국은 무역 투자 자유화와 개방형 세계 경제를 촉진하고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더욱 공정한 국제 질서를 만들고 경제와 금융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유라시아와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원사격을 했다. 그러자 모디 총리도 “최근 국제 정세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일방주의가 대두해 다자주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면서 “3국은 세계 주요국으로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다자주의 수호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모디 총리는 시 주석과 별도의 양자 회담을 갖고 지난해 국경분쟁 이후 관계회복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그 일환으로 10일부터 닷새간 양국의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로 지목돼 궁지에 몰린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도 만나 인도의 수요 증가에 맞춘 안정적인 원유 수입선을 확보하는 등 G20을 통해 외교적 입지를 한껏 넓히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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