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 냉동면은 맛집에서 먹는 면 요리에 근접한 맛과 품질을 내기 위해 CJ제일제당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입니다. 국수나 당면 같은 건면이 1세대라면 라면으로 대표되는 유탕면이 2세대, 냉장면이 3세대, 냉동면은 4세대 면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2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CJ제일제당의 연구ㆍ개발(R&D)센터 CJ블로썸파크에서 만난 김선표 면 담당 책임연구원은 “1, 2인 가구 증가와 요리 인구 감소, 집밥 트렌드로 이웃나라 일본처럼 우리도 간편식 냉동면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냉동면 사업을 본격 시작하며 ‘비비고 진한 교자칼국수’ ‘비비고 얼큰 버섯칼국수’ ‘고메 중화짬뽕’ ‘고메 나가사키짬뽕’ 4종을 출시했다. 면과 육수, 고명을 개발하는 연구원 7명이 머리를 맞대고 무려 1년 이상 연구기간을 걸쳐 탄생한 제품들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인수를 확정한 미국 냉동식품 전문기업 슈완스컴퍼니를 통해 ‘비비고 얼큰 버섯 칼국수’를 현지에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냉동면 시장은 지난해 기준 100억원 미만으로 2,000억원 규모의 냉장면 시장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그마저도 중소업체 제품과 자체브랜드(PB)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명확하게 시장 카테고리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일본은 냉동면 시장만 2조원 규모로, 전체 면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냉동면 시장이 작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냉동식품이 냉장식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어서다. 그러나 식품 전문가들은 냉동면이 냉장면보다 맛과 식감이 훨씬 좋다고 말한다. 김선표 연구원은 “면의 경우 냉장 유통을 하려면 미생물 제어를 위해 식초로 산 처리를 한 뒤 스팀 살균을 해서 열 손상이 생긴다”며 “뜨거운 열을 가하면 면 외부 수분이 날아가며 내부와 외부 수분이 비슷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뚝뚝 끊기는 식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쫄깃한 면발을 위해선 면 겉부분은 수분을 품고 내부는 상대적으로 건조해야 하는데 냉장면은 이 같은 수분 차이가 줄어들어 식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냉동면은 최적의 상태에서 급속냉동시켜 원래의 식감을 최대한 유지한다.
채소, 해산물 등으로 만드는 고명도 냉동식품이 좀더 원물 그대로의 맛과 향미, 식감을 유지할 수 있어 냉장면보다 맛과 품질이 앞선다. 미생물 문제로 유탕면이나 냉장면은 주로 수분을 제거한 건조 상태나 고형물 형태의 고명을 쓰지만 냉동면은 영하 35도 이하에서 급속 동결해 원물 본래와 가까운 품질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천히 냉동을 시킬 경우 식품 내 얼음 결정이 커져 조직이 변형되고 해동 시 수분 이탈도 많아진다.
최근 출시된 냉동면 제품에 대해 신상명 CJ제일제당 책임연구원은 “셰프들로 구성된 푸드시너지팀과 맛집들을 다니며 특징을 찾아내 맛과 향을 어떻게 낼지 세팅했고, 일반 가공식품이 아니라 전문점 수준의 맛을 내기 위해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 했다”며 “급속동결과 전처리를 통해 해동했을 때 원재료의 수분이 이탈되지 않고 질겨지지 않게 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냉동식품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시장이 너무 작은 탓에 CJ제일제당을 제외한 대기업 식품업체들은 아직 냉동면 시장에 적극 뛰어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냉동피자, 냉동밥 등을 중심으로 냉동식품 판매가 늘고 있다. 대기업 식품업체들이 급속냉동 기술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품질이 좋아져서다. 실제로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냉동피자 시장은 2016년 114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외식 피자 시장이 수년째 2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식품업체들도 조만간 냉동면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의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의 냉동면 ‘초마짬뽕’은 2015년 출시 이후 2년 연속 피코크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며 냉동면의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신제품을 내며 국내 면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비고’ 브랜드는 칼국수 등과 같이 계절면을 중심으로 다양한 한식 요리와 결합한 요리면을 선보이고, ‘고메’ 브랜드로는 다양한 국가의 미식 면 요리를 메뉴화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간편식 냉동면 매출을 1,0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전체 시장도 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에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냉동면 시장을 키우고, 나아가 해외에서는 글로벌 대표 한식 브랜드인 ‘비비고’를 앞세워 ‘K누들(K-Noodle)’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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