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한 여성 김모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로 범죄자가 될 뻔 했다. 분명히 길에서 벌어진 싸움을 말리기만 했는데, 어느새 폭행 가해자가 돼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수사까지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김씨는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김씨가 누명을 쓰고 수사까지 받게 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해 4월 김씨는 자신이 일하던 건물 앞 노상에 차를 세워뒀다. 이 때 길목을 지나던 60대 남성 A씨는 차량이 길을 막고 있다면서 흥분했고, A씨는 그 건물에서 일하는 B씨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등 폭행을 했다. 이를 본 김씨가 A씨에게 다가가 “하지 마세요, 싸우지 말아요”라고 말렸다. 그러자 A씨는 김씨에게 욕을 퍼부으며 “젊은 X이 싸가지 없이 눈깔을 치켜 뜨고 XX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A씨는 김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경찰에 “B씨와 싸우던 중 김씨가 내 멱살을 잡고 뺨을 때렸으니 김씨를 처벌해달라”고 진술한 것이다. 경찰은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김씨를 폭행 피의자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와 B씨의 몸싸움이 워낙 거세 건장한 남자들이 계속 만류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다”는 목격자 진술을 놓치지 않았다. 이 진술을 고려할 때 다리에 장애가 있는 여성 김씨가 둘 사이에 끼어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던 중 김씨가 당시 상황을 담은 차량 블랙박스를 증거자료로 제출하자, 검찰은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A씨에게 “폭행 신고내용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A씨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A씨는 김씨가 제출한 블랙박스를 두고서도 “B씨가 영상을 편집해줬을 것”이라 주장했다. 결국 검찰은 A씨를 모욕 및 무고죄로 기소했고, 거짓으로 누명을 씌우려던 A씨에게 법원도 실형으로 철퇴를 가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무고,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고죄는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무고를 당한 사람으로 하여금 억울한 형사처분을 받게 할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라며 “엄히 처벌할 필요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수사기관에서는 물론,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피해자 김씨와 B씨에게 전가하기에 급급했다”며 “피해자도 엄벌을 강하게 탄원하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 하다”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