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 교착에 외교력 건재 과시 의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베트남이 지난해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냉각된 양국관계를 정상화하고 상호 교류도 강화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베트남에 이어 중동의 핵심 우방 시리아도 방문할 예정이어서 북미협상이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북한이 전통 우방을 통해 국제사회 제재망을 뚫어 보려는 외교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리 외무상은 30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 정부 영빈관에서 팜 빈 민 베트남 외교장관을 만나 양국 간 교류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민 장관은 회담에 앞서 “김일성 동지가 60년 전인 1958년 11월28일부터 12월2일까지 방문한 시점에 이뤄진 만남”이라며 이 회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리 외무상은 “전통 있는 상호관계를 발전시키고 조선반도 정세를 포함해서 서로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염원을 갖고 방문했다”고 화답했다.
오후 2시5분 회담을 마치고 영빈관을 나선 외무상은 “오늘 회담 어땠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리 외무상은 당초 알려진 산업단지 시찰뿐만 아니라 베트남 측 배려로 유명 관광지인 꽝닌성의 하롱베이에서 선상 유람과 식사가 곁들인 일정도 소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최근 소원했던 북한과 베트남의 완벽한 관계 복원을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리 외무상은 1일에는 베트남 국부인 호찌민 전 주석 묘에 참배하고 응우옌 쑤언 푹 총리도 예방할 예정이다. 당초 이들 행사는 모두 30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틀간 나눠 진행되는 쪽으로 변경됐다. 일정이 바뀐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베트남이 리 외무상에 대한 예우를 높이는 과정에서 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수행원 5∼6명과 함께 중국 베이징(北京)과 광저우(廣州)를 경유해 같은 날 밤늦게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 베트남 방문 일정을 마친 뒤 2일부터는 북한의 중동 최우방국인 시리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그의 시리아 방문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방북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사전에 준비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리 외무상이 연쇄 순방은 베트남 경제 성장 비결에 대한 탐방은 물론,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협상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시리아는 이란, 러시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라며 “리 외무상의 행보에는 ‘북한은 아직 건재하고 고립국이 아니다’는 사실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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