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PMI 50 전망치 못 미쳐
미중 무역전쟁 여파 둔화 조짐

‘세계의 공장’으로 군림해온 중국 제조업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 여파로 제조업 성장이 멈추면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회의 기간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중국 경제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달(50.2)과 변동 없을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고, 50.0으로 떨어졌다. 이는 2016년 7월 기록한 49.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27개월 이어져 온 확장세가 꺾인 것이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특히 수출과 수입의 수요를 측정하는 지표들이 5개월 연속 위축 단계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동향을 반영하는 비조제업 PMI 역시 53.4로 지난 달 53.9보다 떨어졌다. 이 역시 2016년 5월 53.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종을 통합해 측정하는 종합 PMI 지수 역시 52.8로 지난 달 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조업 성장 정체 원인으로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기업 부채 감축(디레버리징) 정책으로 인한 내수 침체 등을 꼽고 있다. 자오칭허(趙慶河) 국가통계국 통계사는 “신규 수출 주문 지수와 신규 수입 지수가 각각 47.0과 47.1로 모두 임계점을 밑돌았다”며 “세계 경제 회복세가 느려지고 무역 마찰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면서 중국 수ㆍ출입에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트리비움 차이나 앤드류 폴크 대표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경제 지원 대책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만 고군분투하는 현실에서 경기 낙관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중국의 경기 침체가 세계적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의 몰락-달러의 위기’ 저자로 유명한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던컨은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훨씬 더 약자의 위치에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강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미중 무역 분쟁이 지속될수록 중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대외 요인과 무관하게 중국의 고도성장세가 이미 조정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 프릿차드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전쟁이 중단되더라도, 신용 성장 둔화와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내년에도 중국의 경기 둔화 흐름은 가속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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