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범을 눈앞에 두고도 범인을 놓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주민 신고를 받고도 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상주시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9월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가 송금한 돈을 빼내 중국으로 송금하려는 중국인을 신고했지만 경찰의 외면으로 놓쳤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9월 상주시 남성동 길거리에서 한 중국인을 태웠다. 승객은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중국인이 A씨에게 휴대폰을 넘겨주었다. 넘겨받은 휴대폰 너머에선 유창한 한국어로 A씨에게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김천에 있는 한 은행으로 빨리 가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의심이 들었다. 한국말을 못하는 중국인, 택시 안에서도 누군가로부터 계속 지리를 받는 승객 등이 영락없는 보이스피싱 사기범 일당이었다.
김천혁신도시 내 한 은행에 도착한 승객은 자동입출금기로 송금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은행 경비원에게 “보이스피싱범인 것 같다고 했지만 정황 증거만으로는 잡거나 신고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기범으로 보이는 승객도 A씨의 이 같은 움직임을 눈치채고 송금을 멈춘 채 급히 달아났다. 다급해진 A씨는 급히 인근 치안센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영장도 없는데 어떻게 잡느냐”는 식으로 나와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A씨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되레 ‘잡았다가 아니면 어떻게 할거냐’며 짜증을 내더라”며 “자동차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건네주며 같이 확인해 보자고 말했지만 경찰은 동료와 권총을 가지고 놀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송금책으로 보이는 중국인 승객을 붙잡는 데는 실패했다. 그 승객은 상주의 한 노인이 사기당한 1,000여 만원을 중국으로 보내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경북경찰청에 해당 사건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고, 당시 치안센터 담당 경찰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지만 김천경찰서는 해당 경찰관은 ‘경고’하는 것으로 끝냈다.
김천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고 접수 당시 조치가 미비했던 점이 있어 내부적으로 확인한 뒤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경찰관을 징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는 “당시 중국인이 범인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신고를 했음에도 접수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화가 났고 해당 경찰에 내린 처분도 제 식구 감싸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며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은 각성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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