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링컨 될지, 물태우가 될지” 대통령 공격
유승민 강연ㆍ오세훈 한국당 복당… 기지개 켜는 보수진영 잠룡들
여의도 정치권에 올드보이들의 활약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차기 총선전 현행 선거제도를 고치는데 사활을 걸고 나섰고, 이런 가운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방어적 입장을 취했다. 소수정당을 이끄는 손 대표와 정 대표로선 다당제 구도를 살려 차기 총선까지 정당의 명맥을 잇기 위해선 선거제도 개혁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두 사람은 이해찬 대표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100% 수용 불가’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며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에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삼청동 총리공관에 사람들을 초청하며 왕성한 식사정치, 막걸리정치를 하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야당 쪽을 보면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몸풀기에 나서는가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며 링에 올랐다. 정치권 움직임을 놓고 본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선거제도 개혁이 정치권 최고의 이슈지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키워드인데 여당의 입장이 오락가락 했습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과거 민주당이 ‘연동형’이란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한적이 없다고 했지만 며칠 후 입장이 또 바뀌었지요.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정부·여당의 약속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였습니다. 하지만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 자체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연동하는 방식을 따르겠다는 의미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국적으로 실시할 수도, 권역별로 실시할 수 도 있으니까요. 보다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죠.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회의 참석차 출국하면서 “선거구제 개편을 이번에 꼭 해야한다”고 강조한 건 자신이 했던 공약과 민주당의 입장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확인이에요.
불나방=정동영 대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민주당을 움직여달라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지요. 공개적으로 “링컨이 될지 물태우가 될지 결단하라”고 했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당나귀)=문 대통령은 상투적인 여의도의 문법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정치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눈앞의 이해득실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것이 이해찬 대표 등 정치권에서만 잔뼈가 굵은 사람들에게 껄끄럽게 여겨질 수 있는 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21세기소년백서=민주당이 이해득실을 따지다보니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본 것입니다. 물태우 발언을 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연동형 비례대표라는 점도 강조했는데요. 문 대통령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해 문 대통령을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탐구생활=민주당과 주요 인사들의 입장이 이미 오랫동안 연동형 비례대표였어요. 이를 뒤집은 건 선거제도 개혁을 어렵게 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선데 이런 정치적 셈법을 다시 뒤집을 수 있는 건 대통령 밖에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거죠.
불나방=이해찬 대표는 왜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나요. 선거제 개편을 놓고 문 대통령과 현 여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나요.
탐구생활=민주당은 지금 분위기대로 2020년 총선을 치르면 무난히 과반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요.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연동되지 않은 현행 제도에선 1위 당선자를 내는 게 중요하니까요. 한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우리가 양아치는 아니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은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더군요.
당나귀=21대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의 차이라고 봅니다. 내년이면 임기가 끝나는 홍영표 원내대표와의 입장도 갈립니다. 차이는 홍 원내대표의 조급함일 수도 있지만, 이 대표의 오만일 수도 있어요. 저는 한번도 선거에서 낙선해 보지 않았다는 이 대표의 유일무이한 판단착오일 수 있다고 봅니다.
불나방=손학규 정동영 대표의 경우 대망론은 사그라졌죠. 그런데 향후 대권을 향한 불씨를 다시 지필 기회가 올 수 있을까요?
당나귀=요원합니다. 선거제도 개혁에 저항하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민심이 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에 탄착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다만 향후 정국에서 민심에 부합하는 성과를 낸다면 달라질 수 있겠죠. 과도하게 긴장하지만 않는다면 재수, 삼수생이 입시에 더 유리한 건 상식으로 보입니다.
불나방=이낙연 총리는 여권에서 두드러지게 스킨십 능력을 보여주고 있죠. 이 총리의 식사 정치, 막걸리 정치를 보는 시선은 어떤가요.
탐구생활=현재는 자신의 대망론에 말을 아끼지만 전남지사 시절부터 대권 야망이 공공연하게 드러내 왔었죠. 막걸리 광폭 행보는 대권주자로서의 독립적인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수순으로 봐야죠.
당나귀=아쉬움이 있다면 이 총리가 범여권 차기 대권 지지율 1위에 올라선 이후 부쩍 쓴소리가 줄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전까지는 밥자리에 불려가길 꺼려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는데, 지금은 호출이 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고 해요. 이 총리의 도끼가 썩어가고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불나방=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강연정치를 시작했는데 보수대통합과 관련해 진전된 움직임이 있나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나 야권개편의 최대 핵심을 유승민 전 대표로 보고 있죠. 한 한국당 의원은 사석에서 “바른미래당 의원 서너명은 복당하려고 안달이 났는데, 중요한 건 유승민이고 대부분 의원들은 유승민이 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는데요. 한국당 중심의 보수 생존에 중요 인물이란 얘기죠. 한국당 일부에선 아직 유 전 대표를 ‘배신자’로 보고 불편해하지만 향후 얼마든지 반대 명분은 사그라들 수 있다는 의견(복당한 유승민의 차기 총선 수도권 험지 출마 등)도 튀어나와요.
불나방=유 전 대표의 한국당행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E구역=최근 강연 자리에서 “보수가 외면 받는데 한국당 가고 안 가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어 당분간 가시적 진전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당도 사실 복당의 명분을 확실히 줄 만큼 달라진 게 없거든요. 다만 바른미래당 안에서 과연 개혁보수의 길을 갈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그이기에 야권개편의 큰 축이 변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은 계속 나올 듯합니다.
불나방=올드보이로 볼 순 없지만 오세훈 전 시장이 한국당에 복당했는데 당대표에 도전할 것 같나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당권 도전 의지가 꽤 강하다고 합니다. 수개월 전부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왔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입당을 미뤄왔던 것도 입당이 곧 출마 선언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전언입니다.
E구역=내년 2월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룰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좀 간을 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됩니다. 오 전 시장은 ‘판이 어떤지 봐야지, 지려고 싸움에 뛰어드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당내 지지세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당대표가 되지 않더라도 최고위원이 돼 보수 잠룡의 체면을 유지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나갈지를 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황교안 전 총리도 강연정치를 시작했는데 당분간 ‘게임의 규칙’을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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