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ㆍ소비ㆍ투자 지표가 9개월 만에 일제히 증가했다. 그러나 일시적 영향이 커 위축된 경기 흐름이 반등된 것으로 보긴 힘들다.
30일 통계청의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는 9월 대비 0.4% 늘었다. 선박 수주가 활발해진 영향에 광공업생산이 1.0% 늘었고, 금융권 대출이 늘면서 서비스업생산도 0.3% 증가했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개별소비세 인하, 하이브리드 자동차(연료와 전기를 함께 쓰는 자동차) 보조금 지원으로 승용차 구입이 늘면서 0.2% 늘었다. 지난 3~8월 계속 후퇴했던 설비투자지수가 9월(3.3%)과 10월(1.9%), 2개월 연속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생산ㆍ소비ㆍ투자 지표가 ‘트리플 성장’을 기록한 것은 1월 이후 9개월 만이다.
그러나 지표를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낙관론을 펴기 어렵다. 우선 설비투자는 지난달 기업의 법인용 승용차 수입이 늘어난 덕에 증가한 영향이 컸다. 승용차는 개인이 사면 소비재로 인식되지만, 법인용으로 구입하면 투자재로 분류된다. 관세청이 집계하는 일평균 승용차 수입액은 9월 2,580만달러에서 10월 3,91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등 운송장비가 전월 대비 10.0% 증가해, 전체 설비투자 개선을 견인했다.
전체 설비투자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기계류 투자가 0.9% 감소한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9월에는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시에 반도체공장을 증설한 영향으로 11.0% 껑충 뛰었지만, 공장이 본격 가동된 10월부턴 이 같은 반짝 효과가 싹 사라졌다. 국내 반도체업계 설비 증설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기계류 투자의 감소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개월 단위로 전월 대비 증감을 따지는 생산ㆍ소매판매액ㆍ설비투자지수와 달리 최근 3개월 평균을 산출하는 경기종합지수 구성지표를 보면 외려 부정적 신호가 더 강하다. 동행종합지수 구성지표인 광공업생산지수는 2개월(9월 -0.3%, 10월 -0.2%) 연속 감소했다. 선행종합지수에서 설비투자지표에 해당하는 기계류내수 출하지수도 3개월(8월 -2.4%, 9월 -0.1%, 10월 -1.4%) 내내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의 전반적인 활력을 나타내는 동행ㆍ선행종합지수까지 반등하려면 생산ㆍ소비ㆍ투자 개선 흐름이 최소 2,3개월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