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0일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의 양자회담을 시작으로 북한의 개혁ㆍ개방 모델로 거론 중인 베트남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리 외무상은 베트남에 이어 북한의 중동지역 핵심 우방인 시리아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인 상황에서 북한이 전통 우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뚫어 보려는 외교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전 베트남 하노이 정부 영빈관에서 민 장관을 만나 양국 간 교류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민 장관은 회담에 앞서 “김일성 동지가 60년 전인 1958년 11월28일부터 12월2일까지 방문한 시점에 이뤄진 만남”이라며 이번 회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두 나라 관계와 공동 관심사가 되는 국제 지역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베트남에서 ‘유익한’ 시간을 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 외무상은 “전통 있는 상호관계를 발전시키고 조선반도 정세를 포함해서 서로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염원을 갖고 방문했다”고 화답했다.
방문 기간 리 외무상은 베트남 북부 주요 산업단지 2곳을 둘러보면서 외자 유치 과정과 성과를 살피는 등 베트남의 개혁ㆍ개방 모델인 ‘도이머이’(쇄신)를 본격 연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2010년 베트남을 한번 왔었기 때문에 8년 만에 다시 온 것”이라며 “어제 저녁에 들어오면서, 그리고 오늘 아침에 여기까지 오는데 그 동안 하노이와 베트남이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과 같은 공산당 일당체제,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경제 성장에 부러움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베트남에 파견됐던 장춘실 북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도 호앙 빈 꾸언 베트남 공산당 대외관계위원장을 만나 도이머이 성과를 논의하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리 외무상은 또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정세변화에 비춰볼 때도 그렇고 국제정세를 놓고 볼 때도 조선과 베트남 사이에 의사소통을 강화해서 상호관계를 더 활성화하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시기 적절한 때라고 생각한다”는 베트남 측에 사의를 표시했다. 리 외무상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민 장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리 외무상은 12월1일 베트남 국부인 호찌민 전 주석 묘에 참배하고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예방할 예정이다. 당초 이들 행사는 모두 30일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틀간 나눠 진행되는 쪽으로 변경된 새 일정을 전날 베트남 정부가 공개했다. 일정 변경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날 수행원 5∼6명과 함께 중국 베이징(北京)과 광저우(廣州)를 경유해 같은 날 밤늦게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 베트남 방문 일정을 마친 뒤 12월2일부터는 북한의 중동 최우방국인 시리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그의 시리아 방문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방북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사전에 준비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6월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앞으로 조선(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은 각하를 만나 뵈올 결심"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노이=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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