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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리더스] "외국인용 메뉴판 만들어 드립니다"

입력
2018.12.02 15: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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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ang’, ‘Daegutang’. 한국인은 이 단어들이 각각 알탕과 대구탕을 뜻한다는 걸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알’도 ‘대구’도 ‘탕’도 모르니 이를 발음 그대로 영어로 옮겨놓으면 무슨 음식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외국인 관광객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지만 국내 많은 음식점의 식단표가 여전히 외국인들에겐 ‘암호’ 수준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알탕과 대구탕을 소리 나는 그대로 번역해 놓은 서울 명동 한 음식점의 식단표가 지금은 바뀌었다. ‘Altang’은 ‘Fish Roe Soup’, ‘Daegutang’은 ‘Codfish soup’으로 수정됐다. 발음보다 의미에 초점을 맞춰 외국인이 음식의 재료와 형태를 이해할 수 있게 표기한 것이다. 이 작업을 진행한 건 롯데면세점 임직원들이다. 미흡한 관광 인프라를 찾아 개선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낙향미식(樂享美食)’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낙향미식은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아름다운 음식’이라는 뜻이다.

롯데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 일대 음식점 11곳을 명동관광특구협의회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낙향미식 프로젝트에 참가한 롯데면세점 임직원들은 이들 식당의 식단표를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와 모든 음식 이름을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로 번역했다. 이를테면 어떤 식단표에는 한우 수육이 ‘白切肉’이라고 번역돼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이 단어는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수육을 뜻한다. 한우로 조리한 음식임을 명확히 알리기 위해 낙향미식 임직원들은 ‘韓牛白切肉‘라고 명칭을 변경했다. 이어 전체 디자인을 외국인에게 친숙한 형태로 바꾸고 번역된 음식 이름을 표기한 새로운 식단표를 제작해 지난 8월 각 식당에 전달했다.

롯데면세점은 새 식단표로 해당 음식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음식이나 여행 전문 잡지를 통해 이들 음식점에 대한 홍보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낙향미식 프로젝트를 부산과 강남, 제주 지역까지 확대하고 해외 주요 관광지의 한식당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남궁희 롯데면세점 사회공헌 담당 매니저는 “임직원 재능 기부를 통한 세련된 디자인과 올바른 번역으로 만든 외국어 메뉴판이 지역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며 “관광 산업의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8일 ‘낙향미식’ 프로젝트 1호점인 서울 명동 ‘함흥면옥’에서 노재승(오른쪽 두 번째) 롯데면세점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새로 제작한 외국어 식단표를 전달하며 김정자(첫 번째) 함흥면옥 매니저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지난 8월 28일 ‘낙향미식’ 프로젝트 1호점인 서울 명동 ‘함흥면옥’에서 노재승(오른쪽 두 번째) 롯데면세점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새로 제작한 외국어 식단표를 전달하며 김정자(첫 번째) 함흥면옥 매니저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지난 8월 롯데면세점의 ‘글로벌 앰배서더’ 한국문화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충남 공주한옥마을에서 인절미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지난 8월 롯데면세점의 ‘글로벌 앰배서더’ 한국문화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충남 공주한옥마을에서 인절미 떡메치기 체험을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지난 8월 롯데면세점의 ‘글로벌 앰버서더’ 한국문화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이 백제의 전통의상을 입어보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지난 8월 롯데면세점의 ‘글로벌 앰버서더’ 한국문화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유학생이 백제의 전통의상을 입어보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롯데면세점의 사회공헌 활동은 ‘한국을 느끼자(Let’s Feel Kore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한국을 알리는데 힘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관광 인프라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메디힐장학재단과 손잡고 10억원을 들여 진행 중인 ‘글로벌 앰배서더’ 프로젝트 역시 이 활동의 일환이다. 글로벌 앰배서더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선발해 국내 관광 체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을 통해 세계 각국에 한국의 매력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관광 인프라의 개선점을 발굴하는 것도 주요 목적이다.

글로벌 앰배서더 첫 발대식은 지난 3월 열렸다. 42개국에서 온 400여명의 재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선발됐고, 이들 중 100여명이 지난 8월 충남 부여와 공주를 찾았다. 백제역사문화단지를 시작으로 부소산성을 거쳐 공주한옥마을까지 한국의 문화유적을 탐방했다. 유래 깊은 건축물을 관람하고 전통행사에 참여하며 보고 들은 것들을 생생히 기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글로벌 앰배서더들의 한국 관광 보고서를 롯데면세점은 향후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사회공언 사업의 아이디어로 활용할 계획이다. 우수 보고서에 대한 별도 시상도 물론 진행한다.

이번 문화 탐방에 참여한 베트남 유학생 팜 티미 프엉(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은 “부소산성 등반은 힘들기도 했지만,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과 백제 전통의상을 입고 인절미도 만들어보며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며 “고국의 친구들에게도 한국 관광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SNS에 생생한 후기를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사에서 김보준(오른쪽) 롯데면세점 마케팅부문장이 전봉애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장과 우수 관광통역안내사 육성을 위해 3억원을 후원하는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지난 10월 1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사에서 김보준(오른쪽) 롯데면세점 마케팅부문장이 전봉애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장과 우수 관광통역안내사 육성을 위해 3억원을 후원하는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선 국내 전문 인재 육성도 시급하다. 지난 10월 롯데면세점은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우수한 국내 관광통역안내사를 키워내기 위한 사회공헌 사업 ‘낙향팔도(樂享八道)’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낙향팔도는 ‘팔도를 즐겁게 누리다’라는 의미로, 관광통역안내사들의 역량을 강화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즐겁게 누리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최근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권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는 지난해 기준 2만9,000명에 육박하지만, 베트남어, 마인어(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어), 아랍어를 구사하는 관광통역안내사는 200여명에 불과하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낙향팔도 프로젝트에서 이들 언어 자격증 취득 강좌를 개설해 관광통역안내사를 육성하고 국내 관광시장에 전문 인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 관광통역안내사들의 전문성 강화도 지원한다. 가령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데도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를 답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전문 지식을 습득해 관광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보준 롯데면세점 마케팅부문장은 “우수 관광통역안내사를 적극 육성해 외국인 관광객의 만족도와 한국 재방문율을 높이는 등 국내 관광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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