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앞두고 트위터에 회담 전격 취소 발표
러시아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건이 직접적 이유
그러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부담감도 작용한 듯
러시아는 당황 “다른 유용한 만남 기대해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예정됐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을 끝내 취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건이 직접적 이유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러시아 측과 사업을 논의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옥죄어오자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선박들과 선원들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돌아오지 못한 사실에 근거하여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것으로 잡혔던 회담을 취소하는 것이 관련된 모든 당사국을 위해 최선일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황이 해결되는 대로 다시 의미 있는 정상회담을 갖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G20 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일 만나기로 돼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취소 입장을 밝히면서 불발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두고 꽤나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G20 일정 관련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안 만날 수도 있다”고 취소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백악관 내부에서도 교통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국가안보팀의 최종 보고서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배경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 사건 관련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고조된 때문으로 보인다. 또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부담을 안겼을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는 당황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미·러 정상회담 취소 입장 발표는 러시아 측이 예정대로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앞서 이날 자국 기자들에게 “미국 측이 회담 개최를 확인했다”며 “두 정상이 양자 관계, 전략적 안정성 및 군비 축소, 지역 분쟁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구체적 안건까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발언 후 페스코프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아직 미국 측의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는 “우리는 지금 아르헨티나로 가는 중”이라면서 “아직 (트럼프의) 트위터와 언론보도만 봤다. 공식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만일 그렇다면(정상회담이 취소된다면) 푸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다른) 유용한 만남을 위한 2시간 정도의 추가적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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