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참석 현지 첫 일정으로
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과 만남 가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현지 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공감을 표시했다. 한국의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과 같은 아르헨티나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였다.
29일(현지시간) 오전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에노스아이레스 북부에 있는 국립역사기념공원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한 뒤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국립역사기념공원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무차별적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자 조성됐다. 5월광장 어머니회는 군부독재 시기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이 세운 단체다. 아르헨티나에선 1955년부터 83년까지 8차례나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탄압했다. 이 기간 납치ㆍ불법구금ㆍ고문 등으로 희생된 사람은 약 3만명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실종자 및 희생자 이름과 나이가 적힌 4개의 벽을 따라 이동하며 “지금도 가해자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가해자들을 처벌하느냐”, “혹시 사회 화합 차원에서 진상 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어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만난 문 대통령은 “한국에도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어머니 모임이 있다”고 말한 뒤 어머니회 관계자들이 가슴에 단 배지를 만져보며 “따님을 가슴에 품고 사시는군요”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관계자들과 함께 라플라타 강변에 있는 헌화 장소로 이동해 국화를 강에 던지며 추모했다.
또 민가협이 전해준 선물과 직접 준비한 나비 브로치도 전달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나비는 희망·행복을 뜻한다고 한다. 선물은 1994년 6월 민가협과 5월광장 어머니회 회원들의 만남 때 찍었던 사진과 당시 착용하고 있던 보라색 수건, 부채 등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