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 취임 이후 첫 회동… 대통합 공감대 나눴을 수도
27일엔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찬까지… 구국특별위도 출범 예정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최근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과 만나 정계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또 민주평화당을 비롯한 중도 세력과 통합의 가교 임무를 맡게 될 특별위원회 설치도 준비하는 등 취임 전부터 구상했던 ‘바른미래당 중심의 야권 재편’을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손 대표와 김 의원은 이달 초 서울 모처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이들은 15ㆍ16ㆍ18대 국회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지만, 별도 만남은 지난 9월 손 대표가 취임한 이래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 손 대표와 김 의원은 정치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했으며, 특히 김 의원의 내년 초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회동에선 통합이나 합당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는 것이 양측의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선 제3당 대표(손학규)와 한국당 최대 계파 수장(김무성)의 만남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대표는 그 동안 극우보수 세력을 제외한 한국당의 개혁보수, 그리고 평화당을 비롯한 합리적 진보와 손잡는 ‘중도보수 대통합’ 메시지를 전파해왔다. 손 대표가 거론한 한국당의 개혁보수 세력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김 의원을 비롯한 복당파 의원들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따라서 두 사람의 회동에서 중도보수 대통합과 관련한 교감이 오가거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마침 손 대표는 최근 당내에 개혁 정치의 길을 모색하는 ‘구국특별위원회’(가칭)도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제3정당으로서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정립한다는 목적이지만, 당 일각에서는 특위가 바른미래당 창당 때 국민의당에서 분당한 평화당 일부 세력과 통합에 디딤돌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특위 위원장은 평화당 인사들과 교감이 깊은 문병호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과 손 대표가 공동으로 맡을 예정이다. 문 전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새로운 정치를 모토로 해서 태어난 게 바른미래당인데 지금까지는 기존 정당과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특위는 중도개혁정당의 개념과 노선을 확립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최고위원은 “애초 목표로 했던 제3정당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려면 구국특위를 중심으로 평화당뿐 아니라 제3세력, 젊은 세대를 규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편 손 대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지난달 만찬을 함께 한 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당 지도부와 함께 총리 공관에서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 관계자는 “손 대표가 특유의 스킨십으로 종횡무진 통합 행보를 하고 있다”며 “손 대표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야권 재편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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