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재개 메시지 속에서도 압박 고삐는 늦추지 않아
국무부 “제재 회피 단체에 독자행동 주저하지 않을 것”
유엔 제재위 “평양회담 등장한 고급 외제차 반입경로 조사”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북 압박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지렛대라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판단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해 "너무 머지않아 고위급 회담들을 하게 되기를 매우 기대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대해 비공개로 보고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 측과 고위급 회담 일정이 잡힌 게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관련 일련의 행사들에 대해 추가로 언급할 건 없다"면서도 이 같이 밝혔다. 북한의 무응답으로 이달 개최가 무산된 북미 고위급 회담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날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빈번하게 접촉하고 있고 이러한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양한 레벨에서 대화와 만남을 갖고 있다. 우리는 대화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물밑 대화를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러나 대북 협상의 교착 요인으로 꼽히는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선 기존 압박 모드를 견지했다. 전날 미국 법무부가 북한 금융기관의 돈 세탁에 연루된 싱가포르 기업 1곳과 중국 기업 2곳의 자금 300만달러를 몰수해달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북한의 돈줄을 조이기 위한 압박도 변함 없다. 미국 국무부는 이와 관련 이날 “금지된 행동을 하거나 제재 회피를 촉진하는 단체에 대해 독자적 행동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무부는 “모든 회원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금지된 특정분야 제품을 포함한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의 불법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을 도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등장한 고급 외제차량 등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 위반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9일 보도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를 할 때 탑승한 차량이 대북 제재 위반 품목인 차량과 외관상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 차량의 반입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대북 제재위 관계자는 전했다.
카퍼레이드에 이용된 차량은 독일 벤츠 최상급 모델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로 추정되는데, 이는 북한에 반입이 금지된 사치품에 해당된다. 앞서 미 상무부는 9월4일 벤츠 차량에 방탄 장치를 추가해 북한에 불법 수출한 혐의로 중국인 마위눙과 그의 회사 시젯 인터내셔널, 홍콩의 지엠 국제사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제재위 관계자는 또 문 대통령의 평양 만수대 창작사 방문 및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와 국민에 선물한 송이버섯 2톤의 제재 결의 위반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RFA는 전했다. 제재위는 다만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의 만수대창작사 방문은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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