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웅천읍 독산리 해안에서 소황리 해안까지 2.5㎞ 가량 뻗어있는 모래언덕은 사나운 태풍과 해일로부터 내륙 지역을 보호하는 천혜의 담장이자, 멸종위기 생물들이 삶을 이어가는 안식처다. 해양수산부가 내달 1일 ‘소황사구’로 불리는 이 모래언덕을 국내 1호 해양경관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
바닷바람에 의해 운반돼 쌓인 해안사구는 자연재해로부터 배후지역을 보호할 뿐 아니라 내륙으로 소금물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소황사구는 전체 면적이 거의 훼손되지 않고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사구로 꼽힌다. 모래언덕 위 초지가 발달한 곳에는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와 검은머리물떼새, 보호대사해양생물인 알락꼬리마도요 등도 살고 있다. 갯그령, 순기비나무, 갯쇠보리, 통보리사초 등 사구 식물도 다양하게 분포해 있는 생태계 보고다.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태계보호구역, 해양생물보호구역, 연안습지보호지역, 해양경관보호구역으로 구성된다. 해양경관보호구역은 바닷가 또는 바다 아래 지형ㆍ지질이 해양생태계와 조화를 이루고 경치까지 아름다운 곳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해안사구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선정된 것은 해양생태계보호구역인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 이후 두 번째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5년 단위 보존ㆍ관리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게 된다. 소황사구는 사구의 원형 훼손을 방지하고 야생동물들의 서식환경을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소황사구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국내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태계보호구역 13곳, 해양생물보호구역 1곳, 연안습지보호지역 13곳, 해양경관보호구역 1곳 등 총 28곳으로 늘어났다. 해양보호구역 전체 면적은 제주도 면적의 96% 수준인 1,777 km2로 확대된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