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이 10년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나며 대출 잔액이 1,1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서비스업 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였다. 자영업과 주요 제조업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에 이어 기업부채도 급증하면서 금리 인상기 우리 경제의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3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예대 업무를 하는 금융기관(은행, 수출입은행, 저축은행, 신협 등)이 7~9월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게 빌려준 돈은 2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12.9조원)나 전년동기(+20.6조원)는 물론이고 2008년 3분기(+30.3조원) 이래 어떤 분기보다도 높은 증가폭이다.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6.8%로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6%대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 대출금이 18조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부동산업(+8조9,000억원)과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숙박·음식업(+5조5,000억원)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제조업 대출은 금속가공제품·기계장비(+7,000억원), 전자부품·컴퓨터·영상·통신장비(+7,000억원)를 중심으로 4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분기(+6조2,000억원) 이래 6개 분기 만에 최대폭이다. 업황 부진으로 2분기(-4,000억원)엔 뒷걸음질쳤던 건설업 대출도 8,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용도별로는 운전자금이 14조2,000억원, 시설자금이 10조1,000억원 각각 늘었다. 운전자금 증가폭이 시설자금을 앞지르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기업들이 이달 말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을 예상하고 미리 자금을 끌어모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출기관별로는 은행 대출금이 16조1,000억원, 비은행이 8조1,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한은은 3분기 기업대출 증가 요인으로 △계절적 요인 △가계대출 규제 등을 꼽았다. 이종현 금융통계팀 과장은 “기업대출은 통상 재무제표 결산이 있어 부채수준을 관리해야 하는 2, 4분기에 줄어들고 1, 3분기에는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제한, 은행 예대율 산정기준 변경(2020년 시행) 등 가계부채 억제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에 보다 치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과장은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기업경기실사지수가 이달 들어 소폭 반등하는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업황 호전 조짐이 있는 점도 기업대출 수요를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대출 급등세에 경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부동산업이나 자영업 등 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부문으로 대출이 쏠리면서 자칫 시중금리 상승과 맞물려 대량 상환 불능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월 말 잔액 기준으로 기업대출의 업종별 비중을 보면 부동산업(20.3%)과 도소매ㆍ숙박ㆍ음식점업(17.7%)이 1, 2위를 차지하며 전체 대출의 40%가량을 점하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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